[기고]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할 신의 한 수

김서균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사무총장. 협회 제공
김서균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사무총장. 협회 제공

안전과 관련된 반도체 제품은 필수적으로 사용자에 안전함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수요자의 시스템 반도체 제작 의뢰단계부터 안전 관련 기능에 대해 사양과 설계 이후 검증·확인 방법 등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설계를 추진해야 한다. 설계 완성단계에서 검증과 확인을 통해 무결성도 증명해야 한다. 설계 및 검증·확인 단계에서 오류 발생 시 체계적으로 원인을 찾아 분석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사양단계부터 수정을 거쳐 재설계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 기업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다. 주어진 사양을 설계하기에 급급하고 검증·확인을 전담할 부서와 전문 인력 운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관련 연구기관도 검증·확인 역량을 갖춘 전문가가 충분하지 않아 직접 팹리스 기업을 지원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1%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국방, 항공, 우주, 의료 등 첨단 분야에서 핵심부품에 진입조차 못하는 이유다.

국제표준화기구인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는 전자제품에 대한 포괄적 기능안전 국제표준규격인 IEC 61508을 제정했으며 각 산업 분야에서는 해당 분야에 맞는 파생규격을 제정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전기 시스템 기능안전과 부품 등 검증을 위해서는 ISO 26262를 제정해 활용한다. ISO 26262는 자동차 공급업체가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도록 문서화해야 하는 기능 안전 개발 프로세스를 요구한다. 차량용 안전 수준(ASIL)을 정의하고 전기·전자 시스템 오동작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 팹리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설계검증지원센터(Verification & Validation Support Center·V&V센터)는 반도체 설계기업의 자동차용 ISO 26262와 같은 '설계검증' 요구에 대한 대응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7단계 지원체계를 확보하고 사양 개발단계부터 협업 지원이 가능하다. 중소 팹리스 기업은 V&V센터를 통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사양 개발과 검증·확인 절차를 거쳐 개발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기준으로 설계를 추진해 경쟁력이 뛰어난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V&V센터가 구축되면 국제표준을 충족하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으로 그간 진입이 어려웠던 차량용 핵심 반도체 시장뿐만 아니라 미래형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에서 국산 반도체 점유율 확보가 가능하다. 나아가 국방, 우주·항공, 로봇, 의료기기, 스마트팩토리 등 V&V 역량을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해 기능 안전성과 검증이 강화된 경쟁력 있는 시스템 반도체 개발이 가능하다. V&V 지원센터가 설립되고 원활히 운영돼야 우리 팹리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산업이 부흥할 수 있다.

우리나라 팹리스 산업은 1~2개 대기업 매출을 제외하면 예나 지금이나 규모면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 비해 매우 미미하다. 20여년간 국가 시스템 반도체 육성전략에서 팹리스 산업 부문은 지원이 상대적으로 소홀했고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원인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올해부터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전략에 V&V 센터 설립도 포함되길 희망한다. 수백 억원의 비용으로 시스템 반도체 산업 원동력인 팹리스 산업을 살릴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김서균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사무총장 kfiasmartli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