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기기 규제, 글로벌 조화 시급하다

박혜이 코어라인소프트 이사
박혜이 코어라인소프트 이사

혁신의료기기, 신개발의료기기, 신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 요즘 가장 핫한, 그리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단어다. 이러한 의료기기를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품질시스템 인증, 제품인증, 임상시험 등이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문제는 글로벌 국가마다 기본적인 제품의 기술문서, 안전성, 유효성 검증 자료가 필요한 데 나라마다 적용되는 법적규제와 가이드라인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같은 제품이지만 국가마다 필요한 규제에 따라 다른 기술문서와 시험성적서를 제출해야 한다.

글로벌 국가 진출이 필요한 신기술 제품의 경우 시장 출시까지 많은 규제 장벽을 넘어야 하는 부담과 압박이 존재한다. 여러 규제에 부딪쳐 시판까지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에 중간에 포기하거나 출시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많은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은 국내 허가를 받은 후 글로벌 허가를 준비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 의료기기를 출시해 판매하는데 적용되는 규제들은 의료기기 허가를 위한 모든 요구사항과 프로세스를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글로벌 국가에서 요구하는 규제 요구사항과 비교해도 기준이 동등 이상이다.

이미 글로벌 국가로 진출하기 위해 인·허가를 준비한 경험에 관점에서 보면 이는 국내에 허가를 완료했다면 나라별 허가 진행 시 관련 문서와 검증보고서를 인정받아 절차를 좀 더 간소화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근거가 된다. 현재는 이런 부분을 업계가 일일이 찾아서 국가별 인·허가 때 반영하고 있다.

각 국가별 인·허가 준비를 위한 규제 조화가 시급히 필요한 부분을 살펴보자.

첫째, 품질시스템 인증이다. 캐나다의 경우 의료기기를 수출하기 위해 품질시스템 인증을 MDSAP로 대체했다. MDSAP란 IMDRF 가입 국가 중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 브라질 등 5개국 요건에 부합해 제조업체 품질시스템을 심사하는 단일 심사제도이다. 심사기관(MDSAP Auditing Organizations, AO)에 의해 단 1회 심사로 5개국의 품질시스템 인증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캐나다의 경우 2019년부터 자체 품질시스템 인증을 없애고 MDSAP를 전면 도입했다.

미국, 브라질, 일본, 호주도 품질시스템 심사 시 MDSAP 심사 보고서를 활용해 간소화해 심사하고 있다. 또 대부분 나라가 국제 표준화기구(ISO)에서 발행한 ISO 13485를 기반으로 품질경영시스템을 수립하고 있기 때문에 각 국가는 ISO 13485 기반으로 자국 품질관리시스템 규제를 개선하고 MDSAP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규제 조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둘째,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요구사항이다.

대부분 신개발 의료기기는 기존 시장에 출시된 동등 제품이 없기 때문에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입증자료로 임상시험을 요구한다. 임상시험은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이지만, 국가마다 임상시험 기준과 절차가 달라 제조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 중 하나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임상시험 기관들이 공동으로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이를 국가별 규제기관이 인정할 수 있다면 같은 임상시험을 반복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 IMDRF가 개발하는 가이드라인과 규범을 각 국가가 적극 채택하고 이를 기반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다면 하나의 임상 결과를 여러 국가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새로운 의료기기를 시장에 더 빠르게 출시할 수 있게 되므로 환자들이 치료를 더욱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국가간 제품의 등급 분류체계 일관성도 필요하다. 현재 국가간 등급분류 요구사항이 달라 등급분류에 혼란이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1등급부터 3등급까지 다르게 허가를 진행해야 하는 문제가 충분히 발생 가능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국가간 의료기기 분류체계 표준화 또는 국제적인 규제 조화가 필요하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부분에 대한 글로벌 규제조화가 이뤄진다면 글로벌 진출을 목표한 제조사들의 부담이 적어도 5배는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국내 규제당국이 선행적으로 글로벌 국가 규제당국과 정보 공유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제조사도 규제당국에 인허가 관련 정보를 제공할 때 모든 규제 요구사항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되도록 국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제품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품질과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규제 조화를 위해 제조사와 규제당국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코어라인소프트 이사 박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