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게임위, 전면쇄신만으론 부족하다

박정은 통신미디어부 기자
박정은 통신미디어부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 전산망 관련 비위 의혹이 감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조직관리 책임이 있는 감사 및 본부장 전원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용역업체와 책임자에 대한 형사고발 및 손해액 국고 환수도 추진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무관용 원칙으로 강도 높은 구조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2006년 출범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임물 윤리성 및 공공성을 확보하고 사행심 유발 또는 조장을 방지하며, 청소년을 보호하고 불법 게임물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당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다이야기' 사태가 계기가 됐다. 현행 등급분류 체계 또한 사행성 관리에 상당 부분 초점을 맞춰 운영된다.

방만한 운영으로 인한 국민 혈세 낭비와 비위에 대해서는엄중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조직 기강 재확립을 위한 인적쇄신과 행정혁신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비위행위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장치도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마련돼야 한다.

나아가 게임위 설립 취지와 지금 시점에서의 존재의의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게임 이용자로부터 신뢰를 잃고,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것은 비위행위 때문만이 아니다. 스팀과 같은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등장과 PC·모바일·콘솔 등을 넘나드는 크로스 플레이, 상식을 넘어선 확률형 아이템, 블록체인과 플레이투언(P2E) 게임 대두 등 급변하는 산업·시장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관(官) 주도 심의 체계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다.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게임 산업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변혁의 기로에 섰다. 물론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활용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동시에 기존 등급분류 주요 기준인 사행성과 선정성 이슈는 물론이고 각종 범죄, 악성행위, 저작권 침해 등에 AI가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AI를 활용한 사행성 성인 게임이 국내 모바일 앱 마켓에 유통되고 있지만 제도적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

게임위는 지난해 불공정한 심의로 인한 논란을 겪으며 전문성 부재와 심의 과정에서의 투명성 부족, 이용자 소통 미흡 등 문제제기에 대해 개선 방침을 밝혔다. 회의록을 공개하고 이용자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신규 위원으로 게임 전문성을 최우선에 둔 인선을 진행했다. 총체적 관리부실을 개혁하기 위한 고강도 구조개선도 추진될 예정이다.

게임위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길 바란다. 민간 자율에 맡길 부분은 과감하게 넘기고 다가올 AI와 블록체인 시대에 걸맞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론적 관점이 아닌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게임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새로워질 게임위가 우리 게임산업의 동반자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