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알파세대 금융,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정다은 기자
정다은 기자

“요즘 초등학생들은 잔돈으로 받은 동전을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해 그냥 버리는 경우가 있대요.”

어린이·청소년 금융 상품 서비스를 취재하며 들은 이야기다. 동전 유통이 줄어들며 저금통이 사라졌다는 내용은 심심치 않게 들었지만, 동전을 버린다는 이야기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최근 금융업계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출생)에 이어 알파세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알파세대는 2010년 이후 태어난 이들로,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기기와 함께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자 주체적인 금융 생활을 하려는 수요가 강하다. 이른바 '엄카(엄마카드)'가 아닌 자신의 카드를 소유하는 세대이다.

알파세대 특성에 맞물려 금융 환경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하반기부터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비대면 미성년 계좌개설이 가능해졌다. 주식투자, 신용카드 사용 등 성인을 대상으로만 가능했던 금융 서비스 연령 제한도 축소되며 알파세대 공략 움직임이 활발하다. 플랫폼 연계 금융 서비스로 친(親)모바일세대를 공략하는 핀테크업계도 알파세대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소년 전용 선불전자지급수단, 키즈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알파세대를 향한 금융권 움직임에도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알파세대를 단순 고객이 아닌 '금융 소비자'로 양성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가령, 금융위가 '미성년 자녀를 위한 가족 신용카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한 데에는 소비자 편의성 향상과 미성년자 금융훈련이라는 배경이 있다. 단순히 '미성년자 가족카드 발급시 혜택 지급' 등 프로모션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카드 발급 과정에서 적절한 교육 콘텐츠나 정보 제공이 더해질 때 미성년자의 합리적인 금융 생활 훈련이라는 취지 달성이 가능하다.

변화하는 환경과 알파세대 특성에 발맞춘 금융교육 진화도 필요하다. 금융업계는 이미 MZ세대 고객 확보전에서 겪은 경험으로 키즈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와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실질적인 금융 서비스 경험 연령대가 점차 어려지는 만큼, 현재 저축이나 주식투자에 국한된 금융 교육을 신용, 자산관리 등으로 적극 확대해야 한다. 일회성 오프라인 이론 교육이 아닌 디지털·모바일 중심 실제 금융 경험을 통한 금융 교육도 중요하다.

알파세대가 단순히 5~10년 뒤를 책임질 '미래 고객'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합리적인 금융 생활을 이어갈 '금융 소비자'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금융업계 주요 소비자가 올바른 금융 습관과 소비 의식을 갖출 때, 금융 생태계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학교 앞 '문방구' 대신 '무인 문구점'을 만난 알파세대에게 간편결제 가입 권유보다, 현금없는 사회 그리고 모바일·디지털 환경에서 맞는 금융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