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과도한 사전협의제…업계 “범위 조정통한 선택·집중해야”

[뉴스줌인]과도한 사전협의제…업계 “범위 조정통한 선택·집중해야”

#B기관은 수천만원 짜리 연구과제 사업을 발주했다. 신규 사업 발주를 위한 사전 연구 과제였다. 시장 동향 파악부터 유사 시스템이나 서비스가 존재하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 사업은 발주하기 전 제동이 걸렸다. 정보전략계획(ISP) 사업이 아님에도 연구과제에 시스템 개발 등이 포함됐다면 사전협의 대상이라는게 행정안전부 입장이었다. 결국 사전협의를 위한 내부 보고, 자료 정리·전달, 추후 보고 등 절차를 거치고 나니 사업 발주까지 한 달이 소요됐다.

'사전협의' 제도는 정부가 전자정부 중복 사업 방지 등을 위해 도입했지만 과도한 범위 설정으로 발주처와 업계 부담이 커진다.

2010년 시행한 사전협의 제도는 당초 전자정부사업 중복방지를 위해 사전 조정 제도로 만들어졌다. 사전협의 결과를 통보 받기 전에는 사업을 발주해선 안된다.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대상 범위가 확대됐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신규 사업을 포함해 20억원 이상 사업만 사전 협의 대상에 속했다. 최근에는 기준 금액이 중앙은 10억원 이상, 광역은 1억원 이상, 기초는 5000만원 이상으로 낮아졌다. 기준 금액 미만 사업이더라도 ISP나 ISP 후속, 신규 웹·애플리케이션 구축사업, 소프트웨어 개발비 1억원 이상이면 사전협의 대상이 된다.

대상 기관도 늘었다. 올해 개정된 사항에 따르면 사업 대상 기관이 기존 △중앙, 시도 △시군구 △산하 공공기관에 더해 시도교육청 및 산하기관이 추가됐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ISP 사업의 경우 이미 기획재정부를 통해 사업 중복성 여부 등을 평가받아 예산을 확보한 보증된 사업”이라며 “ISP까지 사전협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이중검토로 불필요한 절차만 추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전환 사업이 사전협의 대상에 포함된 것도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전환은 기존 시스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기 때문에 신규 사업이라 하더라도 기존 시스템이나 사업과 중복 가능성은 낮다”며 “중복사업을 최소화한다는 사전협의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는 사전협의 대상이 지속 증가하면 공공 사업 전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전협의 기간은 사업 규모와 성격에 따라 다르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몇 달도 소요된다. 최종 협의 마무리 기간을 예측하긴 어렵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몇 주나 한 두달은 긴 기간이라 여기지 않겠지만 한해 사업을 준비하고 당해년도 사업을 마무리해야하는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라며 “사업 기간 단축은 결국 사업 품질 저하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협의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업 대상 범위 조정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게 업계 주장이다.

한 공공 자체 조사에 따르면 사전협의 건수가 해마다 지속 증가해 2018년에 비해 지난해 세 배 가량 늘었다. 사전협의 통보 기한도 30일을 평균 초과한다. △기한 없는 검토 연장 △행정 착오 △유사 절차 중복 등으로 최대 석 달(99일)까지 소요된 사례도 있다.

또 다른 공공 관계자는 “현재 사전협의 기준에 따르면 사실상 전자정부 관련 사업은 거의 다 해당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며 “예비타당성조사도 500억원 이상 사업에 제한을 둬 시행하는 것처럼 사전협의도 금액 규모를 좀 더 조정해 사전협의를 거치거나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