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韓 원자력산업 전진을 위해

김두일 삼영검사엔지니어링 대표
<김두일 삼영검사엔지니어링 대표>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과 산업은 바야흐로 세계를 압도할 수 있는 미래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연구기관과 대학은 원자력 기술의 빛이 돼줬고, 크고 작은 원자력산업계는 우리나라 산업 발전을 이뤘고 국민의 삶에 따뜻한 온기가 됐다.

필자는 지금의 원자력 기술이 균형잡힌 에너지원을 향한 최선의 실용적 행위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탈원전 시대를 경험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원자력 시대가 도래하면서 원자력 종사자들에게 더 많은 역할과 진일보한 운영체계가 요구된다.

지금의 원자력계는 대형원전뿐 아니라 '비경수로(Non-LWR)'을 포함한 SMR이 공존하고, 산업 목적과 산업체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개발이 필요하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대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개발 중인 SMR에만 투자를 할까. 원자력 종사자들은 연구 결과와 기술이 상용화할 수 있도록, 기술수요처와 연구 및 개발자들을 이어주는 학문적·기술적 중재자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한편으론 필수적 기술적 소양을 쌓고 다른 한편으론 상대를 존중하고 공감하는 인문학적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세계를 향한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공여 확대를 위해선 특정 집단이 주도하는 원자력 엘리트층의 고착화가 아니라 전향적 확대가 필요하다.

수도원 운동의 핵심인 베네딕트 수도회 원장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나이 어린 수도원 구성원의 이야기를 부단히 경청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원자력으로 삶을 영위하는 원자력 생활인들은 대학·연구기관에서 배우고 닦은 경험과 안목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수요산업이 바라는 다양한 기대를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수렴해 원자력의 긍정적 저변을 확대해야만 한다.

우리사회는 갈등회피주의가 고착화하고 있다. 많은 소셜미디어가 지식과 정보의 통로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편견과 한계를 자양분 삼아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중학교 2학년인 막내와 대화에서 겨우 그의 눈높이와 대화의 방식을 이해하고 있고 그나마 '오은영 교수'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아니라 시청자로 남아 있다.

원자력 종사자들은 이분법적 내로캐스팅(Narrowcasting) 자세를 벗어버리고, 우리나라와 세계를 향해 큰 방향을 제시하는 명실상부하게 공익을 우선하는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 역할을 감당해, 원자력 산업이 현재와 미래세대가 적극 동의할 수 있는 에너지 산업의 '세계정신(Weltgeist), 시대정신(Zeitgeist)'의 일환이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실력뿐 아니라 겸손한 자세로 주위를 환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정직과 성실이 대학과 연구자들의 가장 중요한 소양이라면, 전략과 실용은 기술과 산업화를 담당한 산업체·기술자의 가치다. 서로의 정당, 정강 정책 그리고 소통의 방식은 달랐지만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을 유럽 최고의 국가로 이끈 두 총리가 있다. 아데나워의 서방정책과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 서로 달랐지만 인지적 구두쇠를 벗어나 통일 독일을 염원한 두 총리의 조화의 덕목이 새삼 떠오른다.

필자는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와 우리 사회가 과거나 지금과 같이 정형화해있고 한편으론 유창성에 빠진 소통이 아니라, 더 긴밀하고 조화롭게 그리고 다양한 이견까지도 품고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이 역사 속을 지나갈 때 그 옷자락을 놓지 않고 잡아채는 것”, 고맙게도 오늘의 시대상황이 한국원자력에 주어진 절호의 기회이다.

김두일 삼영검사엔지니어링 대표 josef.kim@samy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