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플랫폼, 지금 규제하면 안되는 이유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플랫폼 규제 논쟁이 아직이다. 우리나라에서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언제 어디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까. 필자가 기억하기로 2020년 공정위가 개최한 플랫폼 규제 세미나에서 미국의 소위 '뉴 브랜다이즈' 학파의 플랫폼 규제 움직임과 유럽연합의 플랫폼 규제 시도를 소개하면서부터다.

당시 토론자로 참여했는데, 아직 한국에서 플랫폼은 유통과정의 효율적 운영으로 비용감소, 소비자 후생 극대화 효과와 같이 긍정적 시장효과를 가져오고 있으며 플랫폼이 특히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원인과 현상에 대한 전문적 고찰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결론부터 낼 것이 아니라 근거 기반으로 연구와 조사를 먼저 하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국회는 현재까지 20개가 넘는 플랫폼 규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지난 해 말부터 다시 공정위는 자율규제와는 다른 독과점 규제가 필요하므로 새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어떤 플랫폼이 독과점인지, 아니 시장 획정도 이뤄지지 않은 채 독과점이라는 개념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지금 이 시기에 꼭 입법 시도를 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국내 규제 논의 시 선행 해외 사례를 살펴보며 정책의 후과는 없는지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현재 미국은 한때 빅테크 규제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최근에 경쟁법 판단에 있어 소비자 후생이라는 측면을 배제할 수 없고, 소위 구조주의적 패러다임(구조-행위-성과)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즉, 대기업을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거나 규모가 크면 규제를 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유럽의 경우 결국 디지털시장법(DMA)에서 규모가 큰 기업(대부분 미국 빅테크, 한국 삼성전자까지 포함)은 게이트 키퍼로서 규제 필요성을 피력하며 규제하겠다고 한다. 이 미완성의 구조주의적 사고방식을 우리는 가져와 국회와 정부 부처에서 법안을 만들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유럽은 자국 빅테크가 없다. 오로지 견제할 미국 빅테크(삼성전자 포함)만 못살게 하면 되는, 쉽고도 또 한편으로는 아쉬운 상황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세계에서 유래없이 토종 플랫폼이 미국 빅테크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여기에 규모의 규제를 도입해 미국기업과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삼으면 결국 어떻게 될까. 한국기업은 규제수용에 소극적인 미국기업과 달리 가이드라인만 만들어도 성실히 지키고 있다.

규제로 인한 피해로 결국 한국기업이 고사되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런 몇 안 되는 한국 플랫폼을 따라하거나 그만큼 커 성장하려 하는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AI) 시대에 여러 기업이 인수합병해 힘을 합쳐야만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을 텐데 그것조차 어렵게 되면 결국 디지털 대한민국은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지금은 더더욱 신중할 때다. 사회의 부작용은 성숙한 사회일수록 법이 아니더라도 균형점을 잡아간다. 이제 정부가 나서 규제를 선도할 때가 절대로 아니다. 더구나 미·중 간 패권전쟁은 디지털 플랫폼 분야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양 고래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특히 규제 도입은 국가의 산업전략을 고려해 신중하게 세워야 한다. 불확실하거나 부작용이 예상되면 도입하지 않는 것이 낫다.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고치기 매우 어렵다. 이 중요한 시기에 법이 현재뿐 아니라 미래 국가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진정 바라는 마음이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shpark@kinterne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