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공개한 'UP(업)가전 2.0' 전략은 가전을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을 넘어 서비스 중심으로 체질 개선하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회사 성장 기반이 됐던 제조업 구조에서 과감히 탈피, 구독경제 시대에 대응하는 사업모델로 전환이 본격화된다.
LG전자가 25일 발표한 'UP가전 2.0'은 크게 '초개인화 기능 구현'과 '구독·제휴 서비스 결합'으로 요약된다.
가전의 초개인화 구현은 LG전자가 야심 차게 개발한 스마트 가전 전용 인공지능(AI) 칩과 운용체계(OS)를 탑재, 개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최적 기능·사용자경험(UX) 제공이 핵심이다. 제품 구매와 동시에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과 사운드, 인터페이스 등을 전달해 맞춤형 상품을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또 다른 축인 구독·제휴 서비스 결합은 기존 가전 사용경험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동시에 새 비즈니스 모델까지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LG전자는 기존 가전 렌털·케어 서비스와 함께 세탁·신선식품·물품보관·청소·소모품 구매 등 외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와 결합을 선언했다. UP가전 2.0을 통해 개인 맞춤형 세탁코스를 제안하는 것을 넘어 큰 빨래나 고급 세탁이 필요할 경우 관련 외부 서비스까지 연결해 주겠다는 것이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주력 사업 방식을 구독경제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현재 고객도 절반 이상이 구독 상품 고객으로 바뀔 것이며, 이는 빠른 시간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월 처음으로 'UP가전'을 발표했다. 구매 후에도 최신 기능을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선언은 가전시장의 새바람을 몰고 왔다. 똑똑하고 지속 가능한 가전 청사진을 제시하는 한편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 선두를 수성할 무기로까지 평가됐다.
기능 개선에 초점을 맞췄던 1세대 모델과 달리 가전을 서비스 영역으로 진화시킨 2.0은 LG전자 가전 사업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2일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미래에 주목할 변곡점으로 '서비스화'를 꼽고 콘텐츠·플랫폼 등을 활용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UP가전 2.0은 이 전략을 이행할 첫 주자다. 가전 단위의 기능·서비스 고도화를 넘어 장기적으로 이들이 모인 '집(Home)'이라는 공간에서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HaaS, Home as a Service)'를 제시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LG전자는 UP가전 2.0을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와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UP가전의 다양한 기능 업그레이드는 LG 씽큐를 활용해 이뤄진다. 초개인화 가전 환경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분석부터 가전 인터페이스 수정, O2O 서비스 신청까지 LG 씽큐에서 이뤄져 역할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현재 개발 중인 홈에너지매니지먼트시스템(HEMS)과 지속 확장할 구독·제휴 서비스 스토어 역할까지 맡기면서 'LG 스마트홈 생태계' 허브로 키울 것으로 보인다.
류 사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제품에 가치를 더해 더 많은 고객에게 HW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스마트홈 생태계까지 고민하고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