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관광, 트렌드에 주목해야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

K컬처 바람을 타고 한국이 매력적인 글로벌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 수요도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방한 입국자 수는 5월 기준 누적 347만명으로, 코로나19 전 동기간 수요를 절반이나 회복했다. 2019년 관광객 세명 중 한명이 중국인이었다면 지금은 1위가 일본, 2위가 타이완, 3위가 미국인이다. 중국 입국자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입국객이 50%나 회복되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미국은 이미 코로나 전 입국자 수를 크게 뛰어 넘었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매력적인 여행지로 주목받는 가운데 정부 및 기업 등에서도 외국인 관광객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2027년 한국 관광 3000만 시대를 위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감소하는 인구로 내수 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해외 관광객 유치는 사실상 한계가 없는 외화 벌이 기회기 때문이다.

글로벌 관광 수요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이 한국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은 글로벌 여행 시장에서 드문 현상이며 우리에게 매우 희소한 기회다. 한국 관광이 장기적이고 확실한 세계인의 여행지로 성장하도록 어떻게 이 희소한 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까.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주요 이유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인바운드 여행시장은 타 국가 인바운드 여행시장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인바운드 관광객 중 대부분은 한국의 빠른 트렌드를 좋아한다. 이들은 대중매체나 콘텐츠 플랫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한국을 접해 왔다. 특히 아시아권 고객은 유년 시절부터 K팝이나 K드라마를 보며 성장했을 정도로 K문화에 익숙하다. 스펙트럼의 차이는 있겠으나 대부분의 외국인은 K문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을 여행한다.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에게는 다른 국가에서는 보기 드문 패턴이 종종 관찰된다. 한국의 유명한 미용실에서 펌이나 염색을 하거나, 사진관에서 인생 사진을 찍거나, 홍대 거리에서 한국 스타일의 옷과 악세사리를 쇼핑하거나, 한국 드라마에서 본 치킨을 배달시키거나, 클리닉에서 의료 및 피부 시술을 받는다. 다른 국가를 여행할 때는 이같은 패턴을 상상하기 어렵다. 태국이나 일본을 여행할 때 휴양을 즐기거나 전통 문화를 체험하는 게 우선이다. 글로벌 여행 시장에서 한국의 포지션은 '트렌디한 곳'이다.

외국인 수요를 종종 잘못 해석하거나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지 못하는 점은 다소 아쉽다. 우리는 아직 외국인 수요를 더 잘 충족시켜주는 방식을 찾기보다는 관광의 전통적인 가치에 얽매여 있다.

지금도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에게 어필하기 어려운 전통적인 유적지나 자연 경관 등을 강조하며 외국인 유치에 열을 올린다. 방한 외국인에게 한국을 안내하는 관광안내통역사의 주요 합격 기준 또한 지금의 트렌드를 해석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우리의 역사를 얼마나 이해하는 지를 주로 평가한다.

지금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내가 좋아하는 K스타가 방문한 가게를 가고 싶고 한국식 헤어 스타일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수에는 훨씬 좋은 일이다. K컬처를 선도하는 장소라면 어디든 낙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요즘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명동, 경복궁 외에도 홍대, 합정, 성수, 익선동, 한남, 도산공원 등을 찾는다. 소위 말하는 '힙함'이 깃들어 있는 곳은 그들의 색다른 목적지가 된다. 지방 도시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관광의 전통적인 패러다임을 강조한다면 급증하는 한국 여행 수요를 제대로 내수로 확산시키기 어렵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문장은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로 종종 잘못 해석되고 있다. 우리가 이런 희소한 기회를 관광 강국으로 성장하는데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국적'이라는 의미를 범정부 및 기업 차원에서 재정의해야 한다. 한국의 트렌드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 haemin.yim@creatri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