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K-보안·인증 산업 발전 위해 기업 가치 높여야

우길수 아톤 대표이사
우길수 아톤 대표이사

대한민국은 정보기술(IT)강국이다. 기술력과 인프라가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혁신적 서비스가 지속 등장하고 발전을 거듭 중이다. 이러한 혁신적 IT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지탱해주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게 바로 보안과 인증 영역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보안 유니콘으로 평가받는 곳이 40곳 이상인 데, 한국은 보안 유니콘이 전무하다. 거래소에 상장된 보안 유관 기업 대다수가 시가총액이 1000억원 안팎이다. 보안 이외의 영역에서 유수의 IT 유니콘을 탄생시킨 한국이기에 이에 걸맞은 보안 산업의 본격적 스케일업이 절실한 시점이다.

먼저, 국내 보안·인증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 발전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안 산업을 바라보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곳간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기업은 보안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에 론칭하기까지 연구개발에 많은 시간과 인력, 자본을 투입한다.

하지만 시장은 이러한 과정을 도외시 한 채 제품을 온프레미스(On-Premise)로 공급함에 있어 소요되는 비용을 기준으로 기업상품의 적정마진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국내 시장에서 보안·인증 제품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해외 보안제품 가격을 보면 국내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공급되고, 이러한 가격정책을 당연한 가치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국내는 보안제품을 도입하기 위해 최저가 입찰과 같이 가격 중심으로 도입하는 사례와 인식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그렇다 보니 보안 기술 기업간 출혈 경쟁을 하게 되고,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이 도태되기 일쑤다.

유지보수 비용에 대한 시장 인식도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보안제품이 공급된 이후 보안 환경의 변화, 운영체제(OS)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해킹 방식이 생겨나면서 보안 제품의 업데이트와 장애 대응, 패치 등 운영상에 발생할 수 있는 기술지원과 유지보수에 많은 인력과 비용이 지속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제대로 반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유지보수 대가(요율)는 국내의 경우 제품 공급가의 8~12% 수준으로, 해외 시장의 경우 유지보수 체계가 20~30% 수준임을 감안하면 아직 국내 보안제품의 유지보수 체계는 열악하다고 볼 수 있다. 유지보수 요율을 높이면 기업의 매출 증대와 이를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 등 산업 전체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보안 제품의 특성에 따라 유지보수 요율이 합리적으로 조정될 필요성이 있다.

동종 보안기업간 출혈 경쟁도 생태계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기업이 투자 등 일정 성과(고객 레퍼런스 확보 등)를 내기 위해서 출혈을 감수하며 제안 공급가를 인하하고, 이는 곧 기업간 경쟁에서 공급가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며 결국 제품의 전반적인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보안시장 자체가 기술 경쟁력과 무관하게 레드오션으로 전락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대대적 보안산업 육성 기조는 반길 일이다. 나아가 국내 시장이 경쟁력 있는 보안제품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통해 보안 기업에서 얻은 이익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선순환 구조까지 갖춰진다면 국내 보안산업의 질적 성장과 'K-보안 유니콘'의 배출을 보다 앞당겨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우길수 아톤 대표이사 okugs@aton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