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최영철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장 “민간 디지털 전환 구심점 되겠다”

최영철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최영철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정부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통해 공공부문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간 부문은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가 구심점이 되겠습니다.”

최영철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옛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 회장은 '전자문서'라는 틀에 갇혀 있던 협회를 민간부문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협회로 탈바꿈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표방하며 공공부문 종이 사용량 50% 감축 등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민간 부문은 중심을 잡고 있는 기업이나 협·단체가 보이지 않는다. 최 회장은 협회에 디지털문서(전자문서) 생성부터 유통, 관리, 활용, 보안·인증, 보관까지 아우르는 회원사가 포진해 있어 종이문서의 전자화는 물론 민간부문 디지털화를 이끄는 선봉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페이퍼리스(Paperless)는 해묵은 주제다. 2000년대 후반 각광받기 시작했고 공공·민간 가릴 것 없이 시대 흐름에 따라 종이문서를 줄이는 디지털화가 진행됐다. 그러나 완전한 페이퍼리스 달성에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최 협회장은 “2021년 데이터를 보면 정부의 디지털문서 활성화 비율은 85%, 민간이 70%인데, 민간 부문의 나머지(30%)를 채우려면 법·제도와 맞물린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종이 매체에 대한 관습에서 탈피하는 한편 제도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임상 실험 시 데이터 생성, 저장, 관리 등에 대해 엄격히 규정한다. 미국에선 규정에 따라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기업용콘텐츠관리(ECM) 등이 개발되지만 국내에는 별도 규정이 없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의료기관이 휴폐업하면 보건소에 전자의무기록(EMR)을 맡기고 사고 시 당시 진료기록을 찾아보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의료기관 휴폐업 시 데이터 이관 및 신뢰성 검증 절차, 검색 플랫폼 등에 관한 규정이 있다면 데이터는 안전하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빈틈을 제도로 메꾸면 페이퍼리스를 달성하는 동시에 디지털문서 산업도 활성화된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최 회장을 만나 협회 청사진과 디지털문서 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 = 안호천 ICT융합부장

안호천 전자신문 ICT융합부장(왼쪽)이 최영철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장을 만나 협회 비전을 들어봤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안호천 전자신문 ICT융합부장(왼쪽)이 최영철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장을 만나 협회 비전을 들어봤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장으로 취임한 지 반년이 다 돼간다. 소감이 어떤가.

▲2006년 협회를 설립한 이후 산업계에 부침이 있었다. 2008년에는 팽정국 당시 현대자동차 사장이 전자문서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모임인 'u페이퍼리스코리아포럼' 의장을 맡을 정도로 페이퍼리스가 화두였다. 공인인증서가 등장하고 종이문서가 전자화하면서 완전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졌다.

하지만 공인전자문서제도가 안착하면서 2010년대 중반 이후 더 이상 새로울 건 없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자연스럽게 민간 산업도 위축됐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선언했다. '정부 정책 달성'이 곧 '산업계 활성화'가 된 것이다.

협회장이 된 배경 중 하나는 보다 전략·정책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임원사의 요구다. 회원사 간 원활한 소통을 이뤄지고 전략·전술적인 아이템을 발굴하는 데 적극 나서려고 한다.

-협회장 취임과 함께 협회명을 바꾸며 야심차게 임기를 시작했다.

▲기존의 협회명(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은 활동공간이 협소했다. 전자문서는 본 디지털(Born digital)부터 종이문서의 전자화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협회 회원사 중엔 블록체인 기술을 가진 곳도 있다. 점점 크로스오버하는 추세인데 기존 협회명은 외부에서 전자문서 회사만 활동하는 단체로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디지털문서, 플랫폼 등 보다 넓은 영역을 아우르고 협회명에 걸맞게 활동하기 위해 개명했다.

또 정부가 디플정을 지향하며 정부 업무 개선과 디지털서비스 플랫폼 중심으로 개선 방향을 정했고, 이를 통해 국민에게 편익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도 디지털플랫폼 사회에 걸맞은 인프라를 구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회 전체가 디지털로 전환되기 위해선 공공과 민간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며 발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협회는 '디지털 플랫폼 사회를 구현한다'는 잠재적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한 산업계 중심의 디지털 문서 플랫폼 전략 어젠다 도출을 위해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이와 관련된 애로사항과 활성화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개별 디지털문서 솔루션을 연계하는 공동 서비스 플랫폼 모델'을 제시했다.

▲현재 우리 산업계는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간 솔루션 구축이 주된 사업 모델이었는데, 클라우드 컴퓨팅과 블록체인 등 발전으로 서비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과도기라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고, 2~3년 전 유행한 DID얼라이언스의 부진 사례 역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 산업계는 디지털문서의 생성·보관·유통·인증과 더불어 공인전자문서서비스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적었고, 사업모델별 장벽 또한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이를 통합해 공동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한 시대다.

이를 위한 정부 정책과 관련 기술 발전은 우리 산업계에 호재라고 생각한다. 협회는 협업 모델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취임 이후 디지털문서 영역별 회원사 분들을 만나오면서 많이 듣는 의견 중 하나가 이제는 협업이 필요한 시대이며 협업을 통해 시장을 키우고 산업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전자문서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현 정부가 디지털플랫폼정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공공영역은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하고 우리 국민의 혜택을 누리고 편의성도 향상될 전망이다. 공공부문이 디지털화하는 만큼 민간 디지털화도 중요한 어젠다가 될 것이다.

디지털 문서와 플랫폼은 이를 위한 기반 인프라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이 체감하는 정부 디지털 서비스는 주로 민원과 관련된 내용이 많고 대부분은 증명서 등 문서 형태로 전달되고 있다. 이제 종이에서 디지털문서로 공공 문서가 생성되고 민간으로 전달되는 만큼 민간에서도 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정보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접수하고 업무에 편리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 산업계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최영철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최영철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디플정은 2026년까지 '구비서류 제로화'와 정부 종이 문서 사용량 50% 감축 계획을 밝혔다. 디지털문서 산업계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협회는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나. 또 정부에 정책 제안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

▲종이문서 사용량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제시를 통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산업계에선 누구보다 절실하게 받아들이고 지원하기 위한 아이디어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에 맞춰 우선순위를 선정 후 실현가능한 아이디어와 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 검토 중인 내용으론 종이문서 사용량 감축을 위해 주로 사용되는 종이 유형 중 증빙용도로 제출하는 문서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증빙문서들이 종이에서 전자적인 형태로 바뀌는 동시에 내부 데이터가 정보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처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매체만 바꿔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제출 문서의 내부 데이터 활용을 위한 태깅 항목 등 표준화와 기술개발과 보급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전자문서법이 다른 법과 상충하고 있어 전자문서 활성화를 방해하는 것 같다. 필요한 제도 개선과 정책적 지원에 대해 말씀해달라.

▲종이문서는 꽤 오랜 기간 익숙하게 사용되던 매체이므로 관습적인 사용의 잔재들이 현재 개별 법조항에 남아있다. 이를 일시에 해소할 수 없겠지만 이미 우리 정부는 전자정부를 통해 상당 부분 디지털문서의 사용을 허용하는 분위기가 정착하고 있다. 단편적으로 남아있거나 관습적인 해석으로 종이문서를 여전히 사용되는 분위기를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디플정의 종이문서 50% 감축 목표는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종이문서 요구 법령에 대한 조사와 정비가 대안일 될 수 있다.

-국민이 주민센터에 가지 않고도 등본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된 것도 디지털문서 덕분이다. 앞으로 디지털문서 활성화는 국민 편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전자정부 덕분에 많은 국민이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문서를 유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출력해 제출했다면, 이제는 가능한 한 디지털문서로 발급받고 이를 디지털 방식으로 제출·활용하는 시대가 돼야 한다. 즉 각종 증명서를 받는 수취 기업 등에서도 단순 수취뿐만 아니라 증빙서류에 포함된 데이터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 업무 효율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22년 전자문서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요 애로사항으로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인건비 부족', '기술개발(R&D)에 필요한 자금 확보 어려움' 등이 꼽혔다. 유망성에 비해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 같다. 어떤 타개책이 있을까.

▲우리 산업계는 비대면 사회, 디지털 전환 등 사회 분위기 흐름에 따라 전자문서 관련 사업기회의 확대를 경험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체적으로 개발자 부족 현상이 대두하다 보니 개발자가 없어 사업을 못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협회도 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타개책 중 하나로 협회 차원의 개발인력 교육 체계 수립, 해외 개발 인력 수급, 현지 개발 센터 기업과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활동 계획과 임기 내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 협회가 디플정과 꼭 맞는 주요 협회인데, 다른 협회와 비교했을 땐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협회 회원사를 활성화하고 규모도 키워 정부가 추진하는 디플정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

최영철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최영철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 최영철 협회장은…

최영철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장은 성균관대에서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한 공학박사 출신 경영자다. 암호학 석사를 취득 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근무했다. 당시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던 전자서명법 제정 작업을 지원하고 법 시행을 위한 공인인증서 기술규격, 공인인증기관 시스템 기준 등 공인인증체계(NPKI)를 구축했다.

2000년 KISA 동료들과 암호·인증 스타트업 '비씨큐어'를 공동 창업했다. 인터넷 증명서 솔루션인 문서위변조방지솔루션을 개발해 2003년 국내 최초 행정안전부 민원24(현 정부 24) 시스템에 공급하기도 했다. 2010년 SGA의 보안 솔루션 사업부문 사장에 취임했으며 2012년부터 SGA의 자회사인 레드게이트와 비씨큐어를 합병한 '레드비씨(현 SGA솔루션즈)' 대표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올해 2월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