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은 학부모에게 지대한 관심 주제 중 하나다. 아이 미래와 성공을 위해 학부모는 학교 교육에 적지 않게 열정과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교육에서는 학부모에게 제공하는 교육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학부모에 대한 교육 서비스인 학부모 대학은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학부모 대학이라는 용어는 실제 대학 캠퍼스는 아니고 교육 활동으로 봐야 한다. 대부분 학교에서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업 공개나 세미나를 개최해 학교 교육과정과 학생들 학습 현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학부모 스스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러한 활동은 학부모가 아이 교육과 학습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부모 대학 활성화 수준은 지역별, 시도별 교육지원청, 학교별로 운영 규모 차이가 크며, 상당수 학부모는 관심이 별로 없거나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은 언제나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아이 성장과 발전은 가정 부모와 학교 교사가 함께 공동 노력할 때 보다 바람직하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학부모 대학은 오늘날 교육에서 가정과 학교를 연결하는 중요한 소통 기회이며 창구다. 학부모가 학교 교육 활동과 학습 환경을 이해하고 가정과 연계해 아이 교육 성공을 높이는 기제다.
학부모 대학 활성화는 단순히 학부모가 학교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넘어 교육과정과 인성 지도 방법에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학부모 참여는 가정과 학교가 중요한 공동체이고 서로 동반자라는 공감대를 갖게 한다. 이로써 아이는 가정과 학교 교육을 연계해 더욱 바람직하게 성장할 수 있다.
지난 달 21일 대구 지역 유·초·중·고·특수학교 학부모 700여명은 자발적 논의를 통해 '학부모 선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아이가 학력뿐만 아니라 더불어 사는 힘,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힘,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인내심을 갖춘 전인적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와 함께 지원하고 이와 함께 학부모의 성장을 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권 회복이 중차대한 시점에 있어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응원은 학교 교육 성공의 중요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보면 학부모의 능동적 교육 참여를 위해서는 학부모 대학이 활성화돼야 한다.
학부모가 그들의 교육 수강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21년 조사한 설문을 살펴보면, 유·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 603명 중 586명(94.2%)이 부모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전업주부의 경우 대다수(99.1%)라고 할 수 있는 인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뿐만 아니라 공무원, 교육서비스, 자영업·판매서비스, 회사원·은행원 등 여러 직업군에서도 상당수(91% 이상)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렇듯 매우 많은 학부모가 교육을 원하고 있는데, 그들에게 필요한 내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 중복을 허용한 응답에서 학부모 396명(24.0%)은 자녀와의 바람직한 의사소통 방법을 원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학부모 301명(18.2%)이 긍정적 훈육 방법과 양육 태도를 원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학부모 293명(17.7%)이 자녀의 인성, 문제행동을 원하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자녀와의 소통과 훈육 방법을 수강하고 싶다고 볼 수 있겠다.
교육청에서 시행한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 사례를 살펴보면 학부모 요구 시기·사안별 교육, 직장인 학부모를 위한 야간 수업, 학부모 체험 수업, 초중고 예비 학부모 교육 등이 들어있다. 학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 수강, 즉 학부모 대학은 학교 교육에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첫째, 학부모와 학생에게 학교 교육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키울 수 있다. 학교에 대한 이해는 책임감 있고 건강한 학부모 지성을 이루는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학부모는 학교 교육 관련 모임이나 세미나에 참여하거나, 자녀의 학교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이를 통해 학교 교육에 능동적으로 공헌할 수 있다.
셋째, 학교가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정보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학교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경험은 학교와의 소통을 더욱 수월하게 할 것이다.
넷째, 학부모의 다양한 관심사와 전문 분야를 활용해 학교 교육을 보완하고 폭넓은 경험과 능력을 학교에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자녀들의 풍성한 교육에 적지 않게 도움이 된다.
다섯째, 가정과 학교는 정보를 소통하고 공유함으로써 학교는 이를 토대로 맞춤형 교육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협력은 학생의 학교 교육을 학생 개인별 맞춤으로 진화할 수 있게 한다.
학부모 대학은 가정과 학교 교육을 상호 간 동반자로 인식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정은 학교를 이해하고 학교는 가정과 더불어 협력 교육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학부모 대학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서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할지 알아보자.
첫째, 학부모 대학의 능동적 운영 주체를 정해야 한다. 학부모 대학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지방 공공단체, 교육청, 학교 등의 관리 감독을 통하되 학부모와 교사가 능동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학부모 대학의 운영 지원을 위한 지역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상호 협력과 지원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유용한 교육내용을 마련하고 수월하게 운영해야 한다. 학부모에게 필요한 교육이 군더더기 없이 이뤄져야 하고, 단순 강의식을 넘어서 체험식 수업도 이뤄져야 한다. 실제적 교육내용을 선정하고 충분한 실습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전문성을 갖춘 학부모들 참여로 동료 학부모들과 함께 협력 성장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셋째, 지속할 수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 학부모 일부가 일회적으로 참가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 학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부모들 스스로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교육내용을 수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위원회를 상시 운영해야 한다.
넷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수업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 학부모 중에 자녀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고려해야 한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넘어서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다섯째, 학부모 대학을 운영하기 위한 종합계획과 정보 플랫폼이 마련돼야 한다. 운영 실제에 따라서 학부모 대학은 교육 협력을 위한 효과적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이를 지원하는 정보 플랫폼을 운영해야 한다. 교육부 종합계획 수립과 교육청 실제 추진계획 그리고 이를 실제 운영하는 기관 선정 등을 고려해 보자. 학교 교육과 연계성으로 볼 때, 교육부와 교육청의 유·초·중·고 학부모 정책 차원으로 기획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근래에 발생한 일련의 일들을 살펴보면, 특정 학생의 인권 보호와 더불어 다수 학생의 공공 학습권을 존중하고 교사의 교육활동권을 보장해야 하는 사안이 엄중하다. 이러한 현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적 근거를 재정비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가정과 학교 교육 소통을 강화하고 협력적 교육 문화를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학부모 대학 활성화는 학교 교육의 원활한 운영과 아이의 건실한 학교 교육에 핵심이 될 수 있다. 부모의 협력적 학교 교육 참여는 가정과 학교간 유대감을 강화하고 아이 발전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이고 협력적 통합에 이바지하며, 사회 전반 발전에도 수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학교 교육에서 학부모 대학 활성화로 새로운 교육 협력 방안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학부모 대학을 통해 학부모 집단지성을 모아 학교와 교육 협력 방안을 모색해 보자. 학부모 힘을 보태서 학교 교육 현안을 헤쳐 나가보자. 학부모 대학 활성화로 학부모-교육청-학교 모두가 협력하는 학교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구덕회 서울교육대 교수 dhk@snue.ac.kr
〈필자〉구덕회 교수는 서울시 초등교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촉연구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선임연구원, 대구교육대학교(DNUE)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서울교육대학교(SNUE) 컴퓨터교육과 정교수다. 유·초·중등·고등교육, 정보·컴퓨터교육, 원격교육·데이터과학·프로그래밍·소프트웨어·로봇·인공지능교육을 연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찾아가는 교육 기부, 캠프 운영, 교육 연수, 학부·석박사 강의 등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