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원전 계속운전의 전제조건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대만전력과 원자력위원회는 2016년 11월 궈성(國聖·Kuosheng) 1호기의 사용후연료저장조(SFP)가 가득차 연료재장전을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래전부터 예상되던 궈성 원전 SFP 용량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대만전력은 건식저장, 해외 재처리시설로 반출 등의 방법을 검토했다. 건식저장은 2015년 원자력위원회 승인이 있었지만 뉴 타이페이(New Taipei)시 거부로 무산됐다. 재처리를 위한 반출도 승인 취득에 오랜 기간이 소요돼 포기했다. 궈성 원전은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SFP에 접해 있는 캐스크로딩풀(CLP)이 SFP 용도로 변경 가능하다는 것과 CLP가 적어도 몇 년 동안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비상조치는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 2017년 5월 완료됐다. SFP 저장용량 부족문제는 6개월 만에 수습됐으나 2016년 88.4%에 달했던 궈성 1호기의 이용률은 2017년 54.6%로 하락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비용은 대만 전기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궈성 1호기 SFP 포화 소동의 전말이다.

고준위방폐물관리특별법이 2년째 표류 중이다.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각계의 특별법 제정 촉구가 있었으나 별무신통이다. 부산시, 울산시, 전남도, 경북 등 원전소재 광역시·도 행정협의회의 건의문은 특별법의 필요성과 내용, 지역주민의 바람을 잘 정리하고 있다. “원전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영구화 우려를 해소하고 정책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주민의견 수렴을 위해 사용후핵연료 반출시점과 주민의견 수렴 절차, 지역지원 사항을 명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을 신속 제정할 것을 건의한다.”

그럼에도 특별법은 원자력에 대한 근본적 시각을 달리하는 여야 대립으로 번번이 국회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제출된 특별법의 쟁점 중 합의가 가장 어려운 조항이 부지내 저장시설의 용량 문제다. 부지내 저장시설은 건식저장을 포함한 사용후연료 부지내 저장 총량을 말한다. 여당은 '계속운전을 포함한 운영기간 동안'의 예측량으로, 야당은 '설계수명 동안'의 발생량을 저장 총량을 주장한다. 야당도 특별법 제정의 시급성을 인정하지만 사용후연료 문제 해결이 신규원전의 건설 명분이 될 것을 우려한다. 만일 부지내 사용후연료 저장량이 설계수명으로 제한된다면 이것은 계속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과 같다. 나아가 1월 확정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탈원전에 골몰하는 야당은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목표 달성이나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으로 인한 전력수급의 안정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원전 내 SFP가 포화되는 2030년 경에는 고리, 한빛, 한울본부의 원전은 설계수명 전이라도 저장조 포화로 가동을 멈춰야 한다. 궈성 원전과 동일한 상황이다. 법 제정 이후 건식저장 절차를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시간이 촉박한 한수원은 원자력안전법을 근거로 올해 초 건식저장 시설 건설을 이사회에서 의결했고 7월에는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스템 종합설계용역'을 발주했다. 사용후핵연료 운반·저장을 위한 캐니스터형 용기와 관련장비의 설계·인허가 지원이 핵심이다.

건식저장에 기반한 원전의 계속운전은 발전원 중 가장 경제적 대안으로서 원전을 운영 중인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적용하고 있다. 4월 원전제로를 선언한 독일조차 일정기간 계속운전 후 원전 가동을 정지했다. 진정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한다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대폭 완화시킬 수 있는 원전 계속운전과 건식저장을 막지 말아야 한다.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dash3742@ke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