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디지털법]〈17〉디지털 정보의 합리적 법체계 만들어야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한 사람이 하루에 생성하는 정보의 양은 적지 않다. 그런데 그 정보의 상당량은 디지털 형태로 플랫폼이나 서버, 디지털 기기 등에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저장된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하는 유저의 경우 플레이 결과는 캐릭터의 레벨이나 아이템 등의 형태로 게임 서버에 저장되며, 유튜브를 하는 유저의 경우 노력의 결과는 계정 등에 대한 계량적 데이터로 유튜브 서버에 저장되고, 블로그 활동을 꾸준히 한 유저의 경우 모든 활동의 기록은 블로그에 보관되어 있다.

즉, 개인이 생성하는 노력이나 활동의 산출물 대부분은 디지털 정보의 형태로 타인의 서버 등에 저장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디지털 정보의 소유주는 개인임에도, 디지털 정보의 처분이나 사용 등에 있어 소유주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은 채로, 관리 편의만을 강조한 기업의 일방적 약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 유저는 게임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약관에 의하면 타인에 대한 양도가 금지되어 있는 데, 개인의 노력이나 활동의 결과물이 게임 회사의 것이고 따라서 회사 마음대로 처분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예로 대다수 기업은 계정 양도를 금지하고 있다. 계정은 단순히 개인 식별 또는 서비스에 접근권한을 획득하기 위한 관문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계정 내에 집약된 콘텐츠까지 포함해 하나의 재산적 가치로 볼 수 있고 실제 계정이 수억원에 거래되기도 하는바, 개인이 들인 노력이나 활동의 결과로써 기업은 수익을 올리지만 계정의 양도 금지로 개인은 자신이 들인 노력이나 활동 결과에 대한 처분 등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또 다른 예로서 기업의 갑작스런 서비스 폐쇄로 계정에 대한 접근이 막히고 필요한 디지털 정보나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기업은 그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며 피해 보상에 대한 의무도 강제되어 있지 않다.

또 다른 예로서 개인 활동의 중요한 수단이자 생계 도구인 서비스의 먹통으로 인해 당시 필요한 정보에 접근을 하지 못하고 이용을 하지 못하더라도, 기업은 그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며 피해 보상에 대한 의무도 사실상 강제되어 있지 않다.

마지막 예로서, 많은 기업은 개인의 사망에 대비한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있으며, 그 개인의 디지털 정보에 대한 공유자간의 분할이나 상속 등에 대한 약관 내용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 개인의 중요한 계정이나 디지털 정보는 기업의 의사에 따라 폐쇄되기도, 삭제되기도 한다.

현재 상황을 대략 요약하면, 개인의 디지털 정보의 양과 중요성은 나날이 증대하고 있지만, 그 보관자 기업은 개인의 의사 존중이나 디지털 정보의 재산적 가치 보호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이 임의로 만들어 놓은 약관에 의해 개인의 디지털 정보가 관리되고 있고 디지털 정보의 소유주인 개인의 의사나 재산권은 소외되어 있다.

디지털 정보나 계정 등의 양도를 금지하고 소유주의 의사를 배제한 채 관리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일방적인 것인바, 디지털 정보의 소유주 의사를 반영해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나아가 디지털 서비스나 관련 약관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나날이 중요해지는 디지털 정보에 대한 합리적인 법체계 정립을 통해, 디지털 정보의 소유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만 균형 잡힌 그리고 조화로운 디지털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