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한국 경제를 덮칠 '노란봉투법' 후폭풍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소위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6월 30일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부의됐다. 9월 정기국회에서 야당이 안건 상정을 강행해 표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저지하는 수단인 필리버스터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의석수에 밀려 표결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 대상을 확대하고, 노동자 파업에 대한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노동계는 노동권이 사측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로 제한받지 않도록 하는 취지의 법이라고 주장하나, 그렇지않아도 노동계에 기울어진 노동법 체계에서 노조에 힘을 실어 각종 폭력적·정치적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주는 법이다.

노조법 개정안은 무분별한 사용자 범위 확대로 365일 분쟁을 걱정해야 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확대함으로써 불법파업을 합법화하게 될 것이다. 또, 노조가 불법행위를 해도 손해배상 청구조차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노동현장에서 불법파업이 일상화될 것이다. 연일 이어지는 불법파업은 결국 국가 경제를 회생 불능 지경으로 만들고 국민의 삶의 질을 악화시킬 것이다. 산업과 노동현장, 이에 더해 국가경제 전반을 뒤흔들게 될 것이다.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사회에 일어날 후폭풍을 구체적으로 보자. 먼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면 어떤 문제점이 나타날까?

첫째, 개정안은 근로자가 교섭 요구를 할 수 있는 사용자의 범위를 모호하게 확대했다.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도 포함해 불특정 다수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는 수천 개 협력사를 두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인 A협력사 노조가 자신이 속한 A협력사가 아닌, 삼성전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고, 파업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원청 입장에선 수많은 하청노조에게서 단체교섭 요구를 받게 되고 이를 타결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문제는 이것 자체가 법리적 타당성이 결여된 것으로, '위헌'이라는 것이다.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행위 이전에 미리 형벌의 기준과 한계를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대한민국 헌법의 대원칙이자, 형법의 핵심 원칙 중 하나인 '죄형법정주의'를 위배하게 된다. 한마디로 법이 통과되더라도 추후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둘째, 원청이 여러 개의 하청계약을 맺고 있거나, 재하청 관계에 있는 산업현장에서의 다양한 분쟁이 예상된다. 다수 하청업체와 계약관계인 대기업이나 도급활용 비율이 높은 조선업과 건설업 등 국내 주력산업에서 노조의 상시적인 교섭 요구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다소 극단적일지 모르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예를 들자면 공공사업의 예산을 책정하고 분배하는 기획재정부 장관도 사용자로 인정되기 때문에 수많은 하청업체가 모든 정부 사업을 대상으로 기재부 장관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고 장관이 이에 불응 시 파업과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원청이 모든 하청업체 노동조합과 교섭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개정안은 확실히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치적 입법인 셈이다.

다음으로, 노동쟁의 개념이 확대되면 어떤 문제가 벌어질까? 첫째, 개정안은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결정'이라는 단어를 빼고 '근로조건' 전반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함으로써 불법 파업이 합법화 될 수 있는 범위를 넓혔다. 노사가 '근로조건의 결정'이라는 명목으로 의견이 서로 다를 경우, 현행법에서는 노사가 협상 가능한 범위를 '임금인상'이나 '단체협약의 체결' 등으로 한정해 놓았기 때문에 이것 외에 다른 이유로는 정당한 파업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 등 기업의 경영행위마저 '근로조건'으로 포함해 이제는 노조가 더 넓은 범위로 파업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사업조직 통폐합, 경영상 이유에 대한 정리해고 등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상의 조치도 노조가 반대하면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파업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 사정이 좋지 않은 회사에서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구조조정이나 합병이 시급하다고 해도 노조가 반대 파업을 벌이면 회사는 이에 대항하지 못한 채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되고 회사에 납품하던 수많은 협력사마저 연쇄적으로 폐업하면서 종국적으로는 대규모 실직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노사간 이견 발생 시 파업으로 해결하려는 파업 만능주의가 확산할 것이다.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미이행 등 사법 구제절차로 해결해야 할 권리분쟁 사안의 해결수단으로 '파업'을 활용해 파업의 일상화를 초래하고 노동의 사법화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파업이 증가하면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내 투자 기피와 기업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연쇄적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는 결국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해쳐 노사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윈-윈게임'이 아닌, '루즈-루즈게임'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조 손해배상 책임 제한은 노동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첫째, 개정안에 따르면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불법 파업에 가담한 조합원별 책임 범위를 입증한 뒤 소송하도록 하고 있는 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노조가 불법 파업행위를 한 경우, 그 손해에 대해 노조·간부·조합원이 연대책임을 지게 돼 있다. 이에 따라 현재는 회사가 한꺼번에 소송을 제기하면 되지만, 법이 개정되면 배상의무자별로 피해액을 산정해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총 피해액이 100억 원이면 파업을 주도한 A조합원은 90억 원, 단순 참여한 B노조원은 10억 원 등 청구액을 개인별로 쪼개라는 것이다. 회사가 청구 단계에서부터 이를 구분하고 개별조합원의 기여도와 귀책 사유를 파악해 책임 범위를 입증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무리다.

결국, 회사는 소송에서 개별조합원별 불법행위와 그 손해 규모를 입증하지 못해 불법행위로 입은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손해배상 청구 시 사용자의 입증 책임이 엄격해 불법 파업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유일한 대응 수단인 '손해배상 청구'마저 무력화돼 노동자들의 불법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된다. 이는 노사간 견제와 균형의 추를 억지로 허물어뜨려 사용자의 방어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처다.

둘째, 다른 공동불법행위와 달리 노조의 불법행위만 연대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뿐더러 되레 가해자를 보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위법한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산정 시 쟁의행위에 가담한 조합원 개별 기여도를 고려해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760조는 개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은 부진정 연대채무를 진다고 규정하며 연대책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수십 년 동안 불법 공동행위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도록 해왔음에도 노조의 활동에 대해서만 '개인 기여도'를 기준으로 삼아 연대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민법상 취지에 어긋나고, 법적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이렇듯, 노조법 개정안은 너무나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장하고 쟁의대상을 늘려 교섭체계의 대혼란, 단체교섭의 장기화, 사법 분쟁 증가 등 노사관계의 불안정과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기업이 그동안 도급시행을 통해 추구했던 경영 효율성의 제고나 노동 유연성의 확보가 무색해지기 때문에, 생산성과 수익성이 떨어져 결국 국제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다. 기업의 국내 투자 위축과 해외 이전 가속화, 이로 인한 국내 산업 공동화, 일자리 감소 등 연쇄적 부작용 속에서 미래세대인 청년의 일자리 사정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이 이러한 경제적·사회적 부작용을 불러올 노조법 개정안 통과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에 치명상을 줄 것이 뻔하고 국론을 가르는 이런 악법은 의회민주주의 원칙에 맞게 원점에서 시작해 각계의 의견 수렴은 물론이고 숙의와 타협, 숙고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검토와 준비과정 없이 정치적인 이해관계, 표 득실로만 따질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정치논리가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관점에서 충분히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부작용과 폐해가 불보듯 뻔한 법안을 야당이 다수의 의석수만 믿고 통과를 강행한다면 결국 엄청난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고,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 야당에 돌아가게 될 것이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mokbal2006@naver.com

〈필자〉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탈주민 출신으로 과거 북한인권단체 NAUH(나우) 대표를 역임하며 탈북민 구출에 힘을 쏟았다. 이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영입인재로 국회에 입성했다. 현재는 국회에서 제21대 하반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과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등을 역임하는 등 북한 인권과 통일 정책 등에 대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