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확보하려면

박용성 한국ESS산업진흥회 고문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본부장)
박용성 한국ESS산업진흥회 고문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본부장)

소방청 발표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가 최근 3년간 매년 약 2배씩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42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지금 추세라면 내후년에는 전기차 화재가 매일 한 번 이상 발생하게 된다. 화재 비율로만 본다면 내연기관보다 적은 것이지만, 불을 끄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그 어떤 화재보다도 치명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도심의 지하주차장 같은 폐쇄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오랜 화염 지속시간과 유독가스로 대형 참사가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자동차제작결함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는 자동차안전기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배터리 화재안전시험을 한다. 진동·충격·압착 등 기계적충격시험과 열충격·과열방지·연소 등 열적충격시험 그리고 과충전·과방전·과전류 등 전기적충격시험 등이다. 또, 실제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자동차를 정면·후방·측면·기둥측면 충돌안전성 등 실제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모사해 안전시험을 한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출시 이후에는 전국 곳곳에 소재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에서 전기차 배터리 안전을 진단하는 전자장치진단기(KADIS)로 배터리의 화재 원인과 관련된 고장진단코드·절연저항·셀별전압·모듈온도 등을 검사해 이상여부를 소유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전기차 화재를 완전히 예방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전기차는 자동차안전기준 제91조(충돌시 안전성) 기준에 만족하도록 제작되어 있고, 안전기준적합조사에서도 모두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도로에서 충돌시에 화재가 발생한 사례도 있어 사고 유형 및 원인을 명확히 분석해 충돌시험의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실제 도로의 충격 양상은 다양하다. 과거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위험 부품의 배치가 각양각색으로 새롭게 설계돼 출시되는 최근의 경향에 맞춰 실제 도로 충격시험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과속방지턱 평가' 같은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가 바닥에 설치되는 모델이 많으므로 턱을 넘다가 긁히는 사고를 재현하는 시험이 필수다.

둘째, 안전기준 제18조의3(구동축전기 안전성)의 배터리 화재 안전을 위한 기계적·열적·전기적 충격시험 뿐만 아니라, 화재시 발생할 수 있는 유해가스를 조사해 인체의 안전에 지장이 없는 지 기준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배터리 화재 때 발생하는 불화물가스와 같은 독가스가 객실로 유입되는지 여부가 승객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배터리안전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는 충·방전 이력에 따라 성능저하 및 화학적 마모가 매우 다르다. 한마디로 천천히 충전하고 급가속을 안 하는 것이 배터리를 건강하게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검사시스템을 활용한다면 매 충전 시에 이 정보를 잘 관리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화재 징후 감시 뿐만 아니라, 수명 예측, 중고차 잔존가치 평가, 배터리 재활용, 나아가 빅데이터를 활용한 배터리 기술 업그레이드에까지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 가치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요즘, 안전확보, 신산업육성, 기술발전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박용성 한국ESS산업진흥회 고문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본부장) ahpys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