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89〉가전 시장에 불고 있는 커다란 변화의 흐름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최근 일상생활에서 환경친화적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가치소비'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대두되면서 가전산업에서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ESG경영 도입을 통해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외 주요 가전·무선통신기기 업체는 장기적 목표를 수립, 거버넌스 정립 하에 친환경·탄소배출 저감형 소재·부품 적용을 늘린다. 이와 함께 자원순환 활성화 등 제품 전과정(LCA)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향후에는 관련 업계 연구 개발 성과로 인해 저전력 통신장비·부품 개발과 친환경 기술 및 소재를 적용한 제품 수요를 촉진할 전망이지만 이미 관련 업계에서는 크고 작은 변화가 진행 중이다.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는 2020년 매출 중 에너지 효율 제품으로 인한 매출은 36%에 달하며 2020년 폐플라스틱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6800톤에 달한다. 일렉트로룩스는 절대 탄소배출 감소량이 2015년 대비 70%수준으로 감소했다.

영국 다이슨 역시 제품·부품 소형화와 투입재료 절감을 통한 가시적 성과를 달성 중이다. 향후에는 고효율화를 위한 혁신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전개해 고강도 플라스틱, 바이오 플라스틱, 고효율·저부피 모터, 장수명 LED 이차전지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글로벌 생활가전 매출 1위 기업인 월풀은 2030년까지 공장과 유통센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생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ESG 경영을 강화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가전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변화는 친환경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가전·무선통신기기산업은 AI 융합기반 기기·서비스 다양화, 5G 서비스 상용화 등에 기인해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가전산업은 AI 융합기반 기기·서비스 다양화 및 스마트 홈 시장 성장으로 정체를 탈피하고자 하고 있다.

세계 시장은 2020년부터 주요국의 본격적인 5G 서비스 상용화와 IoT, 인공지능 등 신기술 발전 및 융합이 진전되면서 가전 시장 성장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가전, 통신, AI, 데이터 결합에 기반한 서비스로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통신사,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콘텐츠 기업 등 다양한 영역과 안정적 생태계 구축을 통해 경쟁할 전망이다.

이미 정부 당국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대비하기 위해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12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을 통해 사이버 보안을 새롭게 정의한 '정보통신망연결기기 등'으로 확대한 상황이다. 2021년 1월에는 타법 개정안 역시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이버 보안 사각지대에 있던 융합 ICT 분야도 정보보호 규율대상에 포함됐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가전시장의 변화 트렌드로는 사용자의 필요에 맞춰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동적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으로서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세계 중산층 인구의 증가, 노인 인구의 증가 등 인구 구조의 변화는 가전 수요와 높은 연관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개도국 중산층의 증가로 가전 보급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개인에 특화된 소형 가전 수요도 증가할 예정이다. 맞벌이 가구 증가는 가사 투입 시간과 노동을 줄이기 위해 필수가전 수요 증가의 주요 동인이 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가전시장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군 중 하나로 많은 성과를 가져다 준 산업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가가치 저하,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 등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불리한 업황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위에서 열거한 트렌드 변화에 부합하는 제품을 선보인다면 국내 가업업계에게 또 다른 기회가 도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