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디스플레이가 증명한 초격차의 힘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신형 아이폰 최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사가 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애플의 협력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나 삼성 의존도를 낮추려는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와 이에 힘입은 중국 BOE의 부상 속에서 거둔 성과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연말까지 신형 아이폰에 공급할 OLED는 10대 중 9대, 점유율이 90%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안팎의 우려를 샀다.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친 핵심이었으나 중국 공세에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내주고, OLED 분야에서도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서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막대한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기 때문에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경기나 다름없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8월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서 참관객이 삼성디스플레이의 롤러블 플렉스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8월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서 참관객이 삼성디스플레이의 롤러블 플렉스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기술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을 극도로 싫어하는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에 가장 많은 OLED를 주문한 건 우수한 제품을 제일 잘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BOE 물량까지 삼성디스플레이가 담당하게 된 건 삼성 특허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BOE와 미국에서 OLED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보호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OLED는 우리나라가 세계 1등을 달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OLED에서,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OLED와 차량용에서 앞서고 있다. 견제와 난관이 끊이지 않겠지만 기술로 계속 앞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