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기차 대중화, 한국 주거 특성 반영한 충전인프라확충이 핵심

남재현 아론 대표. 사진=아론
남재현 아론 대표. 사진=아론

정부는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 충전기 123만기 보급을 목표하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늘리고 있다. 정부의 목표대로라면 2030년에는 충전기 1대당 전기차 3대를 커버하는 정도의 충전 인프라가 확충된다. 이렇게 정부의 목표대로 충전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전기차 사용자들에게는 어떤 불편도 없이 편리하게 충전을 할 수 있게 될까?

모두 잘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73.8%는 아파트, 빌라와 같은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 수도권으로 한정하면 이 비율은 82%로 더 높아진다. 서울의 아파트를 보면 가장 큰 고민은 노후화다. 2021년 기준으로, 20년 이상이 된 아파트의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이렇게 오래된 아파트들은 전력량의 한계가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종종 발생하는 여름철 블랙아웃은 이렇게 오래된 아파트들이 현재의 전력 사용량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한국인의 1인 평균 전력소비량은 90년에 비해 2021년에 4배가 넘게 증가했다.

서울의 많은 사람들이 전력량이 충분하지 않은 오래된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오래된 아파트에도 전기차 충전기 설치는 의무사항이다. 늘어나는 전력량 감당을 위해 아파트는 변압기를 새로 설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입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비용도 문제다. 비용 중 지원되는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 비용은 관리비를 통해 모아진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쓰인다.

기본적으로 세대 당 가능한 주차수가 1대도 되지 않아 이중주차, 삼중주차가 일상인 상황에서 일정 부분만 전기차를 위해 떼어 준다니, 아직은 절대다수인 내연차주들의 눈치와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거기에 변압기를 교체해야 한다니 심지어 변압기 교체는 재건축 점수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구축 아파트에서 전기차 충전기 설치 자체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공동주택이라면 사정이 다를까? 전기차 충전기의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에 건축된 아파트들도 총 주차면수의 2% 이상에 반드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2% 수준이라면 비교적 신축인 아파트들은 그리 부담이 아닐 수 있다.

2023년 5월 기준 전체 자동차의 등록대수는 2500만대이다. 정부의 목표대로 2030년 기준 450만대가 전기차가 된다면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대비 20%에 육박한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가 3000만대로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15%에 해당한다. 이때가 되면 총 주차면수의 2%에 해당하는 충전기만으로는 산술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참고로 한국에서 전기차는 정부의 목표치를 늘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가해왔다. 전기차의 충전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각 아파트들이 계속해서 충전기를 늘려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충전기를 늘리는 것은 현실적일까? 2020년 기준, 1인가구의 월평균 전기사용량은 230 kwh다. 동년 기준 자동차 1대당 평균 주행거리는 37.8km, 한달 기준으로는 1,134km. 국민전기차로 등극한 아이오닉 5의 전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전기차가 한달에 사용하는 전기량은 231kWh. 1대의 전기차가 한달에 충전으로 먹는 전기가 1인가구 월평균 전기사용량과 비슷하다. 모두 1인가구로 구성된 100세대의 아파트의 15%가 전기차가 전기차를 사용한다면 115세대만큼의 전기가 사용되는 것이다.

전기차 비중이 10%만 되어도 실세대수 대비 10% 이상의 세대가 더 사용할 수 있는 만큼의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데, 이렇게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결론적으로 전기차 충전기의 인프라는 그 확장성 자체에서 현실적인 벽이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의 폭발적인 팽창도 고려할 필요가 있고, 한국의 주거 특성까지 생각하는 현실적인 대안의 마련이 절실하다.

남재현 아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