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홈쇼핑 논란, 진정한 해법은

박효주기자
박효주기자

“백수오 사건 이래 홈쇼핑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많았던 적이 없습니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사업자간 송출수수료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이목이 쏠린데 대한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소관부처가 직접 나서 갈등을 중재하고 있으니 더 이상 싸움을 부추기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방송송출 중단이란 초강수를 뒀지만 더 이상 확전은 피하고 싶다는 의미다.

실제로 소관 부처는 대가검증협의체나 분쟁중재위원회를 꾸리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중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당초 세부운영지침 없이 대가검증협의체를 열겠다고 했지만 이틀도 채 안돼 지침을 내놓기도 했다. 물밑에서 사업자 고위급 임원을 직접 만나 양측을 중재한다는 후문도 들린다.

홈쇼핑사 입장에서도 송출중단이란 카드를 꺼냈지만 후폭풍은 두렵다. 당장 국정감사에서 공론화 되지 않길 바라는 속내도 깔려있다.

송출수수료 갈등은 수 년째 지속된 해묵은 이슈다. 방송산업 생태계와 같은 담론은 차치하고 각 사업자의 영리가 달린 사안이라 물러설 수 없기 때문이다.

갈등이 생긴 이후 수 년째 홈쇼핑 업계는 송출수수료를 지불하는 '을(乙)'의 입장을 고려해달라는 표현을 써왔다. 시청률이 높은 '황금 채널' 주변에 들기 위해 막대한 송출료 부담을 감내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홈쇼핑과 협상 결렬을 통보받은 사업자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가입자 수가 월등히 적은 케이블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는 IPTV를 상대로 한 협상 역시 지지부진하지만 협상 결렬이란 결론을 내진 않았다.

이를 두고 거대 사업자인 IPTV와 협상을 위한 전초전이란 해석도 있다. 하지만 만만한 상대를 향한 또다른 '갑(甲)'질이란 비난도 나온다. 약자가 불리함을 떠안는 협상 구조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가산정을 하자는 그동안의 주장을 뒤엎는 태도다. 이는 송출중단이란 초강수를 두고 이슈화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말과도 유사한 맥락이다.

한편 데이터홈쇼핑이나 중소홈쇼핑사들은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 가운데 일부는 채널 자리싸움에서 진작 비껴나있기도 하고 일부는 어떤식으로든 종지부가 날 결론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송출료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경제 전망에 비춰 내년 협상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대충 합의하고 올해만 넘기자는 접근으로는 어떠한 공감도 이끌어낼 수 없다. 송출료 갈등에 불을 지핀 것은 그 누구도 아닌 홈쇼핑이다. 소관부처의 일시적 대응이나 무마가 아닌 합리적 체계로 만든 소화기가 필요한 때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