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쏠림이 더 가속화하고 있다. 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상위권 의대 10곳의 경쟁률이 45.6대1을 기록했다. 지난해(44.7대 1)보다 상승한 수치다. 모집 인원이 적은 일부 학교 논술 전형의 경우 경쟁률이 무려 600대 1이 넘는 경우도 나타났다.
반면 반도체학과를 비롯한 첨단학과 경쟁률은 주요 7개 대학 평균이 16.5 대 1이었다. 같은 대학 의학계열을 뺀 나머지 자연계열 학과 경쟁률(19.2 대 1)보다도 낮다. 첨단 인재 양성 노력이 무색하게 의대 광풍은 식을 줄 모른다.
여기서 끝나지도 않는다. 지난해 입시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대학 정시 합격자 10명 중 3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연세대와 한양대 반도체 관련 학과는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의대를 겨냥해 인력이 이탈한 것이다.
삼성 반도체 주역인 김기남 삼성전자 SAIT(구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은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돈이 아닌 사람과 시간이 문제라고 했다. 엄청난 수의 사람이 필요한데 인력이 부족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개인의 선택을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그러나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쏠림과 첨단산업 외면은 가뜩이나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는 한국의 미래를 암울케 한다.
단숨에 의대 쏠림을 바꾸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탈까지 염두에 두고 끊임없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일할 인재를 양성하는 수밖에 없다. 단 처우 개선과 보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의대에 인재들이 몰리는 건 직업적인 안정성과 장래성에다 수입이 좋기 때문이다. 능력에 걸맞는 대우 없이 인재들이 오길 바라는 건 어불설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