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DMA의 사전지정규제! 우리나라 플랫폼 시장에는 어울리지도 맞지도 않는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은 EU의 플랫폼 시장 환경에만 맞추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플랫폼 시장 환경에는 어울리지도 맞지도 않는다'

'DMA는 게이트키퍼(알파벳,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2024년부터 적용)로 지정된 대형 플랫폼사업자의 일정한 행위를 사전에 금지하거나 이행 의무를 부과하고, 사후행위의 효과를 분석해 경쟁제한성을 입증해야 하는 강력한 규제다'

플랫폼 규제 이슈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화두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국가 경제 발전 관점으로 봤을때 참으로 안타깝다. EU가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DMA는 철저히 EU의 플랫폼 시장 환경에만 맞춘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언론 보도, 보고서 등을 포함한 많은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EU에는 토종플랫폼이 없다. 그래서 EU는 미국의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DMA를 제정하고 시행한 것이다.

EU DMA법 규제 대상인 게이트키퍼에 대한 설명. [자료:한국인터넷기업협회]
EU DMA법 규제 대상인 게이트키퍼에 대한 설명. [자료:한국인터넷기업협회]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할 정도로 글로벌 플랫폼 빅테크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토종플랫폼 기업이 있다. 물론 세계 시장에서 우리 토종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을 논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우리 기업이 검색시장 점유율 등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보다 우위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4월 기준 우리나라 검색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55.2%, 구글 35.3%다. 토종플랫폼 기업의 점유율이 높은 사례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점유율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국내의 플랫폼 시장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DMA 도입을 고려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정말 DMA를 도입한다면 미국 빅테크 플랫폼 기업을 견제하는 EU와는 달리 오히려 우리 토종플랫폼 기업을 옭아매고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말 것이다.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토종플랫폼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EU에서도 DMA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티볼트 슈레펠 암스테르담 자유대 교수와 미콜라이 바르첸테비치 영국 서리대 교수는 국내 세미나에 참석해 DMA 문제점을 언급한 바 있다. 이들은 사전규제는 업계 현안의 즉각적 반영이 어렵고 수정이 오래 걸리는 등 실효성에 대한 문제점이 많기 때문에 혁신을 저해하는 사전규제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집행하는 사후규제가 낫다고 밝혔다. 또, DMA때문에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미미한 중소 플랫폼의 난립을 예상하면서 오히려 정보보호 위험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한국에서는 사전규제의 장단점을 정확히 분석하고 보다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DMA의 국내 도입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전규제로 이어진다. 특정 플랫폼 기업을 지정해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규제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플랫폼 시장은 진입장벽이 없는 시장이다. 오늘 특정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내일도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의 짧은 플랫폼 산업 역사를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지금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플랫폼 기업이 10년 전, 20년 전에도 같은 기업인지? 플랫폼 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도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나아가고 있다. 토종플랫폼 기업은 다른 산업군보다 높고 강한 자립심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고민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를 벗어나면 여전히 토종플랫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22년 글로벌 상위 100개 브랜드. 삼성, 현대, 기아 3개사만 있을뿐 국내플랫폼 기업은 없다. [자료:한국인터넷기업협회]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22년 글로벌 상위 100개 브랜드. 삼성, 현대, 기아 3개사만 있을뿐 국내플랫폼 기업은 없다. [자료:한국인터넷기업협회]

지금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주요 선진국은 글로벌 디지털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자국 플랫폼 기업에 대해 규제가 아닌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토종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나라다. 그러나 우리 산업 성장의 발목은 늘 규제가 잡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3년간 모니터링한 규제안이 연평균 200건 이상이다. 대부분 주목받는 이슈에 대한 즉각 대응이 목적으로 하고 있다. 왜 유독 우리만 우리 플랫폼을 스스로 규제하려 하는 것인가. 그리고 왜 세계 시장의 흐름에 반하는 규제 정책을 고수해야만 하는 것인가.

지금 우리가 가진 플랫폼 기술은 글로벌 디지털 패권에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토종플랫폼 산업기술의 힘은 지금까지 우리 산업에게 익숙했던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가 플랫폼 산업에서 글로벌 강자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DMA처럼 어울리지도 맞지도 않는 규제 때문에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shpark@kinternet.org

〈필자〉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국민대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한 후 네이버에서 대외협력실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컴투스, 게임빌 법무총괄 이사로 지냈다. 2018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위원회 규제심사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지식정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후 규제 완화, 글로벌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 억제, 인터넷 플랫폼 활성화 도모 등 국내 인터넷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