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네이버 그리고 '중동 IT 붐'

김정희 플랫폼유통부장
김정희 플랫폼유통부장

네이버가 중동에서 큰 일을 했다. 경제개발 시절 건설과 토목이 이끌었던 1세대 중동 붐에 이어 디지털 트윈으로 2세대 중동 붐을 일으켰다.

지난 24일 네이버는 사우디아리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로부터 수도 리야드,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5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국가 차원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향후 5년간 클라우드 기반 3차원(3D) 디지털 모델링을 진행해 도시 계획,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네이버가 이번 사우디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이 해외에 플랫폼을 수출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플랫폼인 만큼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연계할 수 있는 지속성과 확장성까지 갖췄다. 향후 국내 산업계의 사우디 진출 채널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 셈이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불리지만 반도체 등 하드웨어(HW)가 중심이었다. 소프트웨어(SW)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다. 사우디 정부가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기술을 비교해 네이버가 기술우위에 있다고 평가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 LG, 현대 등 국내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이 '메이드인 코리아' 경쟁력으로 이어진 것처럼, 네이버 뿐 아니라 한국 IT 경쟁력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를 한층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트윈은 작게는 물건부터 도시나 지역을 가상의 디지털 세계에 그대로 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널리 알려진 개념은 아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가 디지털 트윈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전통 제조업 강국 독일과 프랑스도 디지털 트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도심과 같은 대규모 공간 단위의 디지털 트윈 구축 기술을 가진 기업은 네이버랩스가 독보적이다. 도시 자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하는 기술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소모된다. 네이버랩스는 10㎝ 내외 오차 범위로 도시 전체를 정밀하게 구현·복제할 수 있는 원천기술부터 매핑 로봇, 데이터 처리 인프라까지 자체 개발했다.

네이버는 글로벌과 기술을 창업 초기부터 강조했다. 일본 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진출을 모색했고 매출의 20~25%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해왔다. 지난해 기준 약 2조원을 R&D에 투자했다. 네이버랩스 누적 출자액만 3600억원 수준이다.

네이버랩스는 2013년 'NEXT 모바일'을 준비하기 위해 사내 기술 연구조직으로 출범했다. 이후 2017년 1월 글로벌 기술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분사했다. 네이버랩스는 현재 한국 및 유럽 연구자들이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자율주행, 3D·HD 매핑, 증강현실(AR) 등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로 자리잡았다.

네옴시티 건설 등으로 전 세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전환(DX)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대외적으로 글로벌 유수 기업보다 기술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것의 방증이다. 향후 다양한 국가에서도 네이버 기술력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DX 산실인 '네이버 1784'를 방문하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라인 성공 신화' 이후 콘텐츠와 C2C로 북미·유럽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SW 기술로 글로벌 진출 포문을 연 네이버에게 중동 지역이 글로벌 행보의 또다른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희 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