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게임산업과 앱마켓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같은 앱 마켓은 스마트폰 앱 개발사에 모바일 앱의 유통, 마케팅, 운영 등에서 필수 존재다. 그러나 앱 마켓 사용은 공짜가 아니다. 앱 개발사는 판매 대금의 15~30%를 수수료로 내고 있다.

2021년 알파베타에서 발행한 구글 경제 효과 관련 보고서에서는 구글이 한국 기업에 제공하는 편익(B2B 편익)을 연간 88억달러(약 12조원)로 추정했다. 한국 앱 개발사가 구글 플레이를 통해 국내외에서 얻는 수익을 29억달러(약 4조7000억원)로 발표했다. 수수료를 평균 15~30%로 가정하고 곱하면 구글 플레이 매출은 4억5000만~8억7000만달러(약 6000억 ~ 1조2000억원)로 추정된다.

게임사 매출을 가지고도 모바일 게임 수수료를 역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주요 게임사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정보로 추정한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이다. 모바일 게임 수수료 비율을 20~30%로 보면 약 1조~1조5000억원을 국내 모바일 게임 관련 수수료로 볼 수 있다. 게임 산업이 원가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구조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평균적 게임업체는 종업원 4.3명을 고용해 급여로 약 1억9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연구개발비 지출은 5000만원에 머물러 있다. 100만달러 이하 매출 시 15% 기준 적용 수수료는 8000만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수료는 직원 급여 절반에 달한다. 연구개발비와 비교하면 1.5배가 많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평균적 게임업체가 영세한 원가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앱마켓 수수료는 높은 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과 애플에 각각 475억원, 205억원 등 총 68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글과 애플은 앱 마켓의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해 앱 개발사에 인앱 결제를 강제하고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를 위반했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 구글과 애플도 국내 스타트업을 위해 수수료 기준도 낮추고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스타트업에 기술, 마케팅, 투자, 커뮤니티, 교육 등 지원을 하고 인디 게임 개발자를 위한 축제도 열고 있다. 게임사가 쉽게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 공로는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은 글로벌 모바일 앱 시장에서 각각 70%, 2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구글과 애플은 국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해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국내 매출을 줄였다. 이는 국내 세금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구글과 애플은 게임 내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다. 국내의 다른 앱마켓에 앱을 등록하지 못하게 하는 싱글호밍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

역사적으로 게임산업은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PC방과 엔씨소프트는 초고속 인터넷 구축에 기여했다. 네이버와 한게임 합병이나 네오위즈와 넥슨의 부분 유료화 사업모델 출시는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반면 앱마켓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유연한 비즈니스 모델 구성을 방해하기 쉽다.

게임 산업은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에서도 약 70%를 차지하며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는 것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다. 산업을 성장시키는 것은 대기업이 아닌 작은 스타트업 게임사다. 게임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주역이다. 이들이 제대로 사업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원가경쟁력을 상실한다면 국내 게임산업의 지속가능성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앱마켓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대해 경제학적인 연구가 필요할 때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smjeon@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