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현직 음악교사, AI로 공교육 새로운 바람을 “AI로 작곡·편곡까지…미래 세대 필요한 예체능 수업 방향 제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학교 내 음악 수업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가창과 합주뿐 아니라 인공지능(AI)과 앱을 활용해 학생들이 직접 곡을 창작해 보는 수업이 활발하다. 교사와 학생 반응은 긍정적이다. 에듀플러스는 현직 음악교사인 이현도 대제중 교사, 윤진 청원고 교사에게 AI 음악 작곡 수업 현장의 모습과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예체능 수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대제중학교 학생이 태블릿에서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음악을 창작해 보는 활동을 하고 있다.
대제중학교 학생이 태블릿에서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음악을 창작해 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현도 교사 “기술 활용한 창작 수업, 학생들 음악 관심·흥미 높여”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음악 시간은 게임도 하고 노래도 하고 즐기다 보면 공부도 되고 평가도 되는 수업이에요. 신기술 도입은 그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저는 게이미피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수업의 게임화, 놀이화 말이죠. 음악은 게임화에 유리한 부분이 많은 과목이거든요.”

이현도 제천 대제중 음악교사는 코로나19 후 수업부터 평가까지 모든 부분을 바꿨다. 반드시 실제 경험이 필요한 음악 수업이기에 기존 수업 방식을 고수할 수 없었다. 이 교사는 AI와 애플리케이션을 수업에 적극 도입해 온·오프라인 수업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만의 앨범 만들기 수업'이 대표적이다. 이 수업은 종이에 작곡하기,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악 만들기, 어울리는 가사와 앨범 커버 만들기로 구성됐다. 이 교사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이 스스로 해야 하는 부분,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야 하는 부분, AI를 활용해야 하는 부분을 명확히 나눠 수업을 진행했다.

공교육 내 음악 수업이 AI,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공교육 내 음악 수업이 AI,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직접 작곡한 곡을 앱으로 옮겨 다양하게 편곡 경험

“처음에는 학생이 자신의 수준에 맞게 재구성된 기초 작곡 규칙을 바탕으로 학습지에 손으로 음계를 그려 작곡해 보는 시간을 가져요. 작곡 규칙과 기초 음악 이론에 대한 이해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과정이죠.”

학생은 학습지에 직접 작곡한 곡을 '밴드랩' 애플리케이션으로 옮겨 자신이 만든 곡을 다양하게 편곡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애플리케이션 활용의 장점은 자신이 만든 단순한 곡을 애플리케이션 편집 도구를 활용해 다양하게 바꿔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교사는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 때 겪는 과정을 고스란히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진로 탐색 과정으로 연결되기도 한다”며 “학생이 기술을 활용해 작곡을 직접 해보면서 음악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작곡이 완성된 후 학생들은 AI를 활용해 앨범 커버를 만든다. 생성형 AI를 통해 곡에 맞는 가사와 그림을 학생 개개인이 원하는 스타일로 수정하면서 최종 앨범 커버를 완성한다. “앨범 커버를 만드는 영역은 음악보다는 미술과 국어과목에 가까운 활동이기 때문에 이 과정은 최대한 평가에서 배제하는 편이에요. 그런데도 앨범 커버를 만들어보는 활동을 하는 이유는 앞으로 학생들이 AI를 다룰 줄 알아야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최대한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에듀플러스]현직 음악교사, AI로 공교육 새로운 바람을 “AI로 작곡·편곡까지…미래 세대 필요한 예체능 수업 방향 제시”
AI·앱 활용 후 학생들 수업 참여도↑…수업을 게임처럼 생각

AI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한 후 교실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높아진 점이다. 가창과 같은 기존 음악 수업은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기술을 활용한 작곡 수업은 작곡을 잘하지 못하는 학생도 기술의 도움을 통해 곡을 보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한다.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또한 기대 이상이다. 평가 이후에도 작곡 수업을 계속하길 원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작곡 수업을 공부나 시험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재미있는 게임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며 “평소 자신감이 부족했던 학생도 작곡 수업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 학교생활에도 자신감을 되찾기도 하는데 기술을 활용한 음악 수업이 소극적인 학생들의 새로운 표현·소통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AI와 앱을 사용해 자신이 원하는 곡을 만든 학생들은 창작의 즐거움을 통해 학교 생활의 자신감까지 올라가는 선순환을 맞았다.

이 교사는 기술을 활용한 음악 수업의 변화는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음악 수업으로 학생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과 교육과정을 보면 '인간의 창의적 표현 욕구를 충족시키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며'라는 말이 나와요. 창의성과 소통 능력은 미래 세대에 꼭 필요한 역량이에요. 공교육에서 음악 교과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르고 개개인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AI 앱 뮤지아를 활용해 청원고 학생들이 음악 창작 수업을 하고 있다.
AI 앱 뮤지아를 활용해 청원고 학생들이 음악 창작 수업을 하고 있다.
윤진 교사 “AI로 창작 의도 반영한 곡 만든 경험, 자신감 높이는 계기”

“음악 창작 시간에 종이를 나눠주고 두 도막 선율을 만들어 보자고 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곡을 만드는 것은 학생마다 실력의 편차가 커서 수업 진행도 쉽지 않았고요. AI툴을 활용해 창작 수업에 활용하니 이런 어려움이 보완됐어요.”

윤진 청원고 음악 교사는 작년 2학년 음악 창작 시간에 AI 작곡 앱 뮤지아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AI와 함께 만드는 음악'이라는 주제로 학생들이 자신만의 기획 의도를 담은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수업은 기본 화성, 코드 등 이론을 먼저 배워 기본적 선율을 창작 연습을 한 뒤 AI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윤 교사는 “음악을 만들 때는 창작자의 의도가 있어야 하고, 구성 요소, 조성, 음색, 빠르기 등을 넣어야 한다”며 “뮤지아를 사용할 때 어떤 목적으로 음악을 만들었는지 자신이 음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했다”고 말했다.

음악을 만드는 활동을 어렵게만 여기던 학생들이 AI 가이드 선율에 따라 자신의 의도에 맞게 곡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운 뒤 교실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음악 수업을 지루하게 여기던 학생들도 재미와 흥미를 느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기존에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음악을 듣는 수요자에서 직접 곡을 만들 수 있는 창작자가 된 경험을 한 것도 큰 수확이다. 학생들 가운데는 취미 활동으로 곡을 만들기 시작한 이들도 생겼다.

탭을 활용한 음악 학습지 활동을 하는 학생의 모습.
탭을 활용한 음악 학습지 활동을 하는 학생의 모습.
AI로 개별학습 가능…학생 맞춤형 효율적인 창작 수업 구현

윤 교사는 “학생들이 만든 선율 중 어색한 부분을 AI로 수정하고 편곡하면서 더 좋은 곡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됐다”며 “학생 간 학습 편차로 수업 진행이 더딜 경우도 많았지만, AI를 통해 개별 학습을 할 수 있어 효율적인 창작 수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수업 평가는 이론에 맞춰 학생이 스스로 선율을 창작한 부분과 AI를 활용해 편곡한 창작 영역을 모두 반영했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배운 이론 바탕으로 자신의 기획 의도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넣은 음악 구성 요소 등을 평가했다. AI를 활용해 곡을 편곡할 때 음악 구성 요소를 효과적으로 조건을 제시해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했는지도 평가했다.

“정보를 찾는 건 AI가 인간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시대에서 미래 세대가 키워야 하는 역량은 창의성이에요. 같은 정보를 가지고 남들과 다른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니까요. 앞으로 AI를 이용해 창작 수업을 할 수 있는 교과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어요.”

음악 등 예체능 수업이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과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예체능 교과의 자리가 위태로운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윤 교사는 “현재는 음악 수업을 듣는 학년이 지정돼 있지만,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듣게 된다”며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 취지는 동의하지만 입시에 유리한 과목으로 학생들의 선택이 쏠릴 경우 예체능 과목이 개설되지 않는 학교도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회인이 된 후, 악기를 배우거나 그림을 다시 그려보려는 어른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이 공통으로 얘기하는 것이 바로 예술은 어렸을 때 배웠어야 했다는 것이에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거죠. 음악을 비롯한 예체능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가꿔 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교과예요. 입시 스트레스도 줄이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학생들을 도울 수 있어요.”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