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산업 경쟁력, 핵심광물 확보에 달려

강천구 인하대 교수
강천구 인하대 교수

첨단산업 발전과 함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 있다. 이차전지, 태양광·풍력발전설비, 첨단무기 등에 사용되는 금속광물이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수년전부터 국가차원에서 핵심광물 확보와 지속 가능한 관리 전략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첨단산업에는 센서, 반도체, 방열소재 등의 부품이 반드시 쓰인다. 센서에는 규소, 코발트, 티타늄, 아연, 바나듐, 리튬, 백금, 주석 등의 광물이 들어간다. 반도체는 규소, 비소, 인듐 등이, 방열소재에는 베릴륨, 알루미늄, 규소,납 등이, 에너지 변환과 저장에는 비소, 지르코늄, 티타늄, 안티모니, 리튬, 코발트, 망간, 니켈, 규소 등이 쓰인다. 이렇게 본다면 광물은 산업적 가치를 넘어 국가 안보차원에서 확보·관리해야 할 자원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국방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희토류 포함 12광종에 대해 대체 가능성 여부 및 공급망 다변화, 정치·사회적 리스크 등을 중·단기로 구분해 위기 대응 관리 체계를 구축해 놓고 있다. 일본은 핵심광물 확보를 위해 미국, 유럽연합과 제휴해 대체 물질 개발 및 재활용을 진행 중이며, 위기 물질에 관한 정부 차원의 정보 수집 강화와 해외 자원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공급 리스크와 국내 경제적 영향 등을 평가해 우선적으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희토류(5종)을 10대 전략 핵심광물로 선정하는 등 총 33개 광종을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광물을 아직도 특정국가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전략을 이행하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부의 '2023년 상반기 특정 의존도 품목 수입액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들여오는 주요 수입 품목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이차전지 핵심 품목의 의존도는 특히 절대적이다. 이말은 중국이 이 광물의 수출을 통제할 경우, 우리나라는 치명적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자세히 보면 수입액 1000만 달러 이상 품목 중 특정국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 총 1176개에서 584개 품목이 중국으로부터 들어온다. 특정국 의존도가 75% 이상인 603개 품목을 봐도 중국의 비중은 330개로 절반이 넘는다. 90% 이상인 절대 의존 품목 역시 301개 중 중국산이 161개다.

여기에는 당연히 우리나라 핵심산업의 원료도 포함돼 있다. 반도체 생산의 핵심 희토류의 올 상반기 수입액은1570만 달러다. 이 중 79.4%가 중국산이다. 중국이 8월부터 수출제한 조치에 나선 갈륨과 게르마늄의 중국 의존도는 87.6%이다. 세계 갈륨 생산량의 98%, 게르마늄 생산량의 68%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네온(86.2%), 크세논(69.9%), 플루오르화수소(65.7%), 이산화규소(61.6%)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차전지 원료도 마찬가지다. 음극재용 인상흑연(93.3%)을 비롯 탄산 및 수산화리튬(82.3%), 니켈·코발트·망간산화물의 리튬염(96.7%), 니켈·코발트·망간수산화물(96.6%)등은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배터리 분리막(61.3%)도 중국 의존도가 높다.

희토류의 핵심 소재인 영구자석 또한 중국 의존도가 심각하다. 최근 5년간 희토류 영구자석의 중국 의존도는 2018년 94%에서 2020년 93%, 2021년 90%, 지난해 89%로 다소 줄었지만 수입량이 4000톤에서 7000톤으로 50% 넘게 증가하고 있어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내 전략광물의 비축 상황은 열악하다. 조달청이 담당하고 있는 비철금속 중 알루미늄, 구리, 주석, 니켈의 비축 정도는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담당하고 있는 희소금속 광물 비축은 더 심각하다. 보유 재고일이 6일(리튬), 3일(스트론튬)에 불과하다.

글로벌 보호 무역주의와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핵심광물 확보 전략이 보다 체계적으로 실행돼야 한다. 특히,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 중국과 갈등을 최소화해 원자재 공급 통제 등 무역 분쟁 소지를 줄이는 실리 외교도 동반해야 한다. 향후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 규제 조치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현 상태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강천구 인하대 교수 kkgg1009@naver.com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