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클린 역사, 철도 미세먼지 해결의 새로운 해법

홍지영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홍지영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날씨가 춥고 건조해지는 겨울이 되면 대륙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로 건강에 각별한 신경이 쓰인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철도도 최근 미세먼지 문제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많은 연구 결과가 터널을 철도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으로 지목하고 있는 데, 터널은 외부대기 유입과 내부에서 생성되는 오염물질이 지속 축적되는 밀폐된 공간이다. 지하철 승강장의 미세먼지 농도는 대기의 3~4배이고 지하선로, 터널은 대기의 4~6배 정도로 높다.

터널 내 축적된 미세먼지는 운행 중인 지하철 차량 내부로 들어오거나 환기구를 통해 외부로 노출되고, 플랫폼으로도 유입된다. 지하철 역사 미세먼지 성분을 분석한 국내 연구결과, 터널 내에서는 외기 대비 최대 10배 이상 높은 철 함유 비율을 기록했다. 철을 비롯한 중금속 성분의 위해성 우려뿐만 아니라 철도 미세먼지는 선로바닥에 가라앉아 도유기 등에서 배출된 오일과 엉겨 붙어 궤도 유지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 제거는 발생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대기 중으로 배출된 미세먼지를 개방된 공간에서 줄이는 시도는 거대한 규모의 미세먼지 정화 타워라 할지라도 어려운 일이며,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시도는 바다의 물결을 마치 한 손으로 막는 것과 같다. 철도 미세먼지의 발생원은 깊고 좁은 터널이며, 이 공간의 물리적 제약으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2008년부터 지하역사 공기질 관리를 위한 대책을 수립·시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노후화된 지하역사와 터널 특성으로 미세먼지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제4차 지하역사 공기질 관리 대책에서는 노후역사 구조적 한계로 새로운 공기질 저감기술 도입과 적용을 세부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이러한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세먼지 저감 신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터널 내 미세먼지 상시 저감을 위한 팬리스형 집진장치는 팬과 덕트, 필터 없이 전기유체역학에 기반한 이온풍을 활용한 액티브한 방식으로 PM2.5 집진 효율을 98% 이상 확보했다. 최근 서울시 테스트베드 실증 지원 사업으로 터널 내 미세먼지 40% 이상 저감을 입증했다. 동시에 열차 주행 소음을 줄여 저전력 기술로 혁신성을 인정받아 올해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최근 발표된 신기술의 공통점은 발생원에서의 효율적인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철도 미세먼지 문제는 발생, 유입, 확산의 각 단계에서 적용 가능한 다양한 기술을 조화롭게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다양성이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혁신적인 철도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중심으로 '클린 역사'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미래 도시 기획에 적용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 모델은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한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책으로 발생원에서 차단과 유입경로 효과적 제어를 목표로 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미세먼지 발생 패턴을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스마트 운영 시스템을 도입해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운영을 추구하는 것이다.

국내 철도 시스템을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국내의 우수한 기술력을 선보이며 국제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국가 간 협력으로 미래도시의 환경문제에 함께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지속가능한 철도 산업발전을 위한 다양한 리소스를 확보하고, 철도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시야를 넘어 환경친화적 철도 시스템은 교통과 환경이 공존하는 우리의 미래를 이끄는 힘이 될 것이다.

홍지영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hongjy@kr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