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코로나19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 백신접종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사진=질병관리청)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사진=질병관리청)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2023년 1~8월 연령별 코로나19 치명률코로나19 백신 접종 효과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 인플루엔자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백일해 등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이 국내에서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8월 31일 코로나19가 제4급 법정감염병으로 하향되면서 확진자 전수 집계 대신 표본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양성자 수를 집계해 발생과 유행 추이를 모니터링하는 체계로 전환됐다. 코로나19가 4급 감염병으로 하향됐지만,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화율이나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코로나19 감염 시 피해가 큰 고위험군은 누구일까.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코로나19 치명률은 전 연령 0.06%로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 반면 65~69세는 0.07%, 70~74세 0.12%, 75~79세 0.23%, 80세 이상 0.73%를 기록해 연령이 올라갈수록 치명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고령층에게 코로나19는 상대적으로 위험한 질병이다. 이 외에도 64세 이하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도 감염과 중증에 취약하므로 고위험군이라 할 수 있다.

2023년 1-8월 연령별 코로나19 치명률(%) (자료=질병관리청)
2023년 1-8월 연령별 코로나19 치명률(%) (자료=질병관리청)

바이러스 전파가 증가하는 겨울을 '바람'에, 고위험군에게 위험한 코로나19를 '파도'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지금 바람에 밀려오는 파도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파도를 막는 데 최적화된 방파제인 'XBB 백신'이 있다.

XBB 백신은 지난 10월 19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현재 유행하는 변이인 XBB 계열에 대응해 개발한 새로운 백신이다. XBB 백신 접종 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중증·사망 위험을 20분의 1로 낮출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을 포함한 고위험군은 이번 절기 백신을 접종하면 겨울철에 코로나19에 덜 걸릴뿐만 아니라 혹시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가지 않고 무탈하게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효과 (자료=질병관리청)
코로나19 백신 효과 (자료=질병관리청)

코로나19 첫 국내 유입 이후 4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이미 많은 분이 코로나19에 걸렸고 백신도 여러 번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동절기 1회 신규 백신 접종을 독려한다. 이러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째, 우리 몸은 감염이나 백신접종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형성하고 이를 기억하게 된다. 하지만 그 기억력은 길어도 1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둘째, 몸이 아직 면역을 기억하고 있다 해도 다른 변이와 마주하면 제대로 방어하지 못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에 걸려서 생기는 면역과 접종으로 얻는 면역은 그 기전이 다르다. 이 때문에 두 가지 면역을 모두 보유해야 향후 감염 시 확실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코로나19에 걸렸다 해도 백신접종을 미루지 않은 것이 좋다.

이제 코로나19 백신은 고령층이 1년에 한 번 맞는 백신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인플루엔자와 비슷하다. 유사한 시기에 접종하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두 가지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의료기관으로 걸음하실 고령층의 불편을 덜고자 정부에서는 두 백신을 동시에 맞도록 권하고 있다.

번거롭지 않게 같은 날 두 백신을 동시에 맞는 것도 충분히 안전하고 효과가 높다. WHO, 미국, 영국 등 다수 국가에서도 동시접종을 권한다.

올해부터는 코로나19 백신도 인플루엔자와 같이 연 1회 접종으로 전환했다. 언제까지 맞아야 하는지 모르는 막연한 피로감이 이제는 해소됐다. 덕분에 올해 어르신들의 접종이 작년에 비해 약 3배나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11월 3주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의 3명 중 1명이 코로나19 백신접종에 참여했다. 많은 국민이 접종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접종하셨으리라 생각된다. 아직 접종하지 않은 65세 이상 어르신은 서둘러 접종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2022년과 2023년 코로나19 65세 이상 접종률 비교(%) (자료=질병관리청)
2022년과 2023년 코로나19 65세 이상 접종률 비교(%) (자료=질병관리청)

지난 11월 20일과 21일 양일간 서울에서는 세계 바이오서밋이 열렸다. 각국의 백신·바이오 리더가 한자리에 모여 팬데믹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비전을 공유했다. 향후 감염병 대유행 대비를 위해 인류가 준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백신'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코로나19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 바로 백신접종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필자〉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의학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수십년간 국내외 보건의료 연구기관에서 국제적 감염병 전문가로 활약했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WHO 서태평양지역본부 지역조정관을 지냈다. 2014년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 2016년 국제백신연구소(IVI) 이사, 2017년 WHO 예방접종전략자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2022년 12월 제3대 질병관리청장으로 취임했다. 2020년부터 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