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시선] LG유플러스, 2위의 조건

LG유플러스 사옥
LG유플러스 사옥

연말 인사를 앞둔 11월. 통신시장이 때아닌 2위 논쟁으로 뜨거워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9월 무선가입자 통계에서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회선이 1829만2170개로, 1773만5022개를 기록한 KT를 역대 처음으로 앞선 것이다.

'원래 2위' KT는 통계 착시를 제대로 보라며 즉각 반발했다. 사물인터넷(IoT) 사업전략과 자원배분에 따른 결과로, LG유플러스가 월 요금 1000~2000원에 불과한 원격관제 회선을 과도하게 늘렸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실제 이동통신사 주력상품인 휴대폰 가입자는 9월 기준 KT가 1359만명, LG유플러스가 1101만명으로 258만명 격차로 여전히 앞선다. 양사 실적자료에서도, 알뜰폰에서 회선 제공 이동통신사를 구분해 전체 집계한다면 KT가 전체 회선 규모에서도 여전히 LG유플러스를 앞서고 있다. 아직 LG유플러스를 완전한 2위라고 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동통신시장 출범 이레 정부가 집계한 공식통계에서 LG유플러스가 처음으로 2위를 차지한 데 대한 충격은 적지 않았다. 10여년 전만해도 무선에서 SK텔레콤, 유선에서 KT에 치이고, 품질이 좋지 않은 주파수를 사용한다며 '가난의 대물림'을 주장하던 LG유플러스였다.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은 800㎒ 대역과 2.1㎓ 롱텀에벌루션(LTE) 주파수를 확보, 3G를 건너뛴 LTE 조기 구축과 시장대응으로 LTE부터는 1등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지난 5G 시대, LG유플러스의 과기정통부 통계상 2위 등극은 적어도 가난의 대물림을 완전히 끊어냈다고 선언하는 상징적인 사건임에는 분명하다.

LG유플러스는 아직 잔치는 이르다며 표정을 관리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무됐고 진정한 역전을 해 보겠다는 의지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통신시장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는 고착화된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신규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10년 넘게 찾으려해도 제4 이동통신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당장에 기존 이동통신 3사간 경쟁을 활성화한다면 그 효과는 통신 이용자와 산업계에 돌아갈 수 있다.

진정한 2위를 하겠다는 LG유플러스가 한가지 생각했으면하는 부분이 있다. 2위, 아니 1위 사업자의 마인드를 챙기라는 것이다. 과거 가난의 대물림에 대한 호소, 3위 사업자로서의 추격자 마인드가 통하지 않는 시대는 오래 됐다. LTE에서의 공격적 혁신처럼, 5G·6G, 메타버스 등에서 시장을 선도할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책임 측면에서 개인정보유출 사고, 통신망 장애 등 사건이 더 생기지 않도록 확실하게 점검하고, 망 공정기여와 같은 통신 생태계 공동의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더 책임있는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이 아름다운 여인을 그린 '갈라테이아'를 조각하고 조각상을 진심으로 사랑하자, 아프로디테(비너스) 여신이 이에 감동해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이야기에서 나왔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스스로 변하는 현상, 또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LG유플러스가 스스로를 1위 또는 2위라고 바라보면서, 그에 걸맞는 혁신과 책임 전략을 구사하며 통신시장 경쟁에 건전한 자극을 가져다주길 기대한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