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K-토큰 이용자 보호, 선택 아닌 필수

김봉규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겸임교수(Ph.D.)
김봉규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겸임교수(Ph.D.)

토큰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끄는 대표주자는 바로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자본시장에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토큰증권(ST)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거래 시 발생될 수 있는 개인정보 침해 우려 또한 관심사 중 하나다. 많은 연구 논문들은 디지털 자산 거래 시, '이용자 보호 여부'가 사용자 활성화를 결정짓는 중요한 키(key)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9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이사회는 금융 및 경제 리포트(Data Privacy for Digital Asset Systems) 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방향을 제시했다. 디지털 자산 시스템에서는 거래 내역과 함께 이용자 정보를 활용해 개인을 식별하지 못하게 하는 개인정보 보호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Privacy-Enhancing Technologies)을 활용하는 기술적 방식과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체계 마련 등 정책적 방식을 조합하는 전략 수립을 권고했다.

이후 한국은행은 CBDC에 대한 특성을 디지털 시스템에서 발행·유통되는 디지털 자산과 유사한 형태라고 전제하고, 한국은행의 CBDC 활용성 테스트에서 유통 과정별로 개인정보 흐름을 수집, 이용, 저장, 파기로 단계화해 시스템 설계 초기부터 적정 기술을 도출하고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연준 보고서가 제시한 개인정보보호 전략 수립 방안을 한국은행 CBDC 도입 시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한국은행의 고민이 시스템 구축 초기 단계에서부터 진행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세계 국제기구를 비롯 CBDC를 준비하는 많은 국가가 이용자 보호 방안 마련을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생각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W-CBDC 등과 같은 국경간 거래에 있어 개인정보보호 조치가 미흡할 경우, EU의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을 통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적 팩트이기도 하다.

이용자 보호는 크게 '이용자의 자산 보호' 측면과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사실, 이 둘은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민감한 프라이버시(privacy) 영역이다. 다행히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은 세계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어 왔는데, 신원인증, 보유자금 인증, 정보저장 및 감사를 지원하는 형태의 기술은 이미 나왔으며, 이제는 처리량과 성능까지도 상당한 진전이 기대되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향후, 이러한 기술 기반의 이상적인 개인정보보호 정책이 반영된 K-디지털 자산 서비스가 출시된다면, 이는 분명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으로 작용하여 글로벌 토큰 경제의 퍼스트 무버가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현재 준비 중인 K-CBDC와 K-토큰 증권 사업은 K-토큰 경제의 글로벌 브랜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토큰 경제가 꿈틀대며 개화를 앞둔 이때, 대한민국이 좀 더 선도적이고 창의적 실험을 통해, 다시 올지 모르는 글로벌 금융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주역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봉규 한양대 공과대학 겸임교수(Ph.D.) alex@zkryp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