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끝내 무산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협상이 끝내 무산됐다. 여야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국회 본회의가 25일 열렸으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은 안건에 포함되지 못했다. 27일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자존심 싸움만 벌였다.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각각 경영계와 노동계 표심만 의식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가 합의가 불발되자 책임 소재를 놓고 '네 탓 공방'만 벌인다. 최종적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문제를 놓고 대립하다가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발언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발언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날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중대재해법은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전면 도입에 앞서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 간 시행을 유예했다. 이에 따라 27일부터 법이 적용된다. 5∼49인 중소 규모 사업장과 모든 건설현장이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된다. 일터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법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 위기 상황이다. 고령자와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중소기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소 제조 공장에는 젊은층의 취업 기피로 고령 취업이 늘고 있다. 외국인들은 언어 소통에 상당한 문제가 있어 안전사고에 취약하다. 중소기업계는 인명 피해 등 중대사고 발생시 대표 구속에 따른 경영 차질을 우려한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늘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낮은 인식도 문제다.

법이 시행되면 동네 음식점과 빵집도 적용 대상이 된다. 사무직만 있는 회사도 대상이다. 아르바이트 등을 포함해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곳에 적용된다. 중대재해 사망사고의 대부분은 제조·건설업종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법은 중대재해 사례가 드문 음식점에도 적용된다.

근로자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경영난에 허덕이는 83만 영세업자 처지도 생각해야 한다. 중소기업가들의 경영부담과 일자리 감소도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아야 한다. 영세 사업자를 안심시키고 고용을 지켜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정치권이 뜻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