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알리익스프레스와 기울어진 운동장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직접구매(직구) 플랫폼이 국내 소비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효율적인 제조 인프라, 자본력이 결합해 한국 유통 생태계에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3분기 온라인 해외직접구매액은 약 1조6300억으로 직접판매액 약 4400억보다 무려 370%나 많다.

문제는 해외가 아닌 우리 안방이 국내업체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이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플랫폼 업체와 입점한 판매자는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한국 전자상거래법이나 표시광고법 등의 규제를 준수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 기업은 다양한 국내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경제에서 과도한 규제는 기업경쟁력과 산업 기반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 미국 각 주는 기업 규제에 신중하다.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준수 비용이 과도할 경우, 기업은 규제가 합리적인 다른 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캘리포니아주의 과도한 규제에 반발해 텍사스주로 본사를 옮긴 것이 대표적이다.

유통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달리 중국 정부는 온라인 유통업체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1년에 발표한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 온라인 커머스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일대일로 정책 일환으로 이커머스 비단길을 구축해 중국 제조사의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강화되는 서방 국가의 대중국 무역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수입업체를 거치지 않고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해외 배송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통관 절차를 간소화했다. 수혜자는 중국 온라인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이들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중국 제조업체도 포함된다.

우리도 유통에 대한 시각을 전환해야 할 때다. 유통업이 발전해야 소비자가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다. 유통업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기업 역시 성장해 수출기업으로 발돋움한다.

만약 우리 유통업체들이 규제에 발목 잡혀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 안방을 내준다면 우리 제조업 생태계도 덩달아 무너지고, 중국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아마존재팬의 일본 온라인시장 점유율은 매년 20%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 온라인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정보기술(IT), 유통업 고용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유통업도 첨단 IT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유통사들은 소비자 편의를 위해 수많은 IT인력을 고용하고 첨단 IT·물류 시스템에 투자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아마존 모두 IT회사를 표방하고 있다. 스타트업도 유통업체 투자와 협력으로 다양한 IT시스템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의 수혜를 받는다.

이렇듯 유통 산업은 경제 전체의 고용, 혁신, 투자에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국내 유통사는 다양한 규제에 발목 잡혀 영업이익률이 매우 낮다. 그로 인해 IT와 물류 생태계 투자 여력도 부족하다. 우리 정부는 중국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가 한국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을 계기로 유통산업 정책을 돌아보고 건설적인 산업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유통의 국경이 사라진 지금, 우리 안방의 규제가 오히려 중국 기업에 성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이것은 한국 경제의 생존 문제다.
유통 규제 역차별로 우리 유통업체가 무너진다면 한국 제조업체도 함께 어려워진다. 유통 산업 정책은 곧 제조업 육성정책이다. 국가 간 경제전쟁 시대, 우리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최우선과제는 유통 산업 육성이 돼야 한다.

정연승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정연승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정연승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jys183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