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를 막론하고 10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 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2월 22일 '2023 OECD 공공데이터 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 한국은 4회 연속(2015, 2017, 2019, 2023) 1위를 달성하며 약 10년 동안 세계 최고 수준 공공데이터 정책과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금번 평가 1위 수성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OECD는 공공데이터 평가 시행(2015년) 이후 처음으로 평가지표를 대폭 변경했고, 일부 지표가 EU 국가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일례로 OECD가 정의하는 고부가가치 데이터의 기준은 EU 데이터 성숙도 평가의 기준이었으며, 일부 유럽 국가에서만 시행하는 데이터 표준 준수 여부가 지표에 포함됐다. 이에 이전 평가(2019년)에서 4위를 기록한 일본은 25위로, 5위를 기록한 캐나다는 12위로 하락했다. 한국이 4회 연속 1위 자리를 지켜 냈다는 건 진화하는 데이터의 추세와 더불어 한국의 정책도 함께 진화했으며, 세계 데이터 시장에서도 우리의 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증명한다.
2018년 한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공공데이터 전수조사(약 700여개 기관 대상)'를 실시하고 기관이 개방해야 하는 '범정부 중장기 개방계획(2019~2021)'을 수립했다. 3년간 기관들이 미개방하고 있던 데이터의 34%인 14만2601개 데이터를 개방해 2018년 대비 공공데이터 포털 개방 증가율은 135%로 대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의 프랑스 개방 증가율 17%, 영국 13%와 비교해 볼 때 한국은 그야말로 데이터 르네상스를 맞게 되었고 이러한 한국 정부의 개방 노력은 금번 평가에서도 높이 평가되었다.
한국은 기관이 개방할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개방하는 방식이 아닌 '공공데이터는 개방이 원칙'이라는 패러다임을 최우선으로 앞세워, 국제 공공데이터 헌장(International Open Data Charter) 제1원칙 'Open By Default'를 누구보다 잘 이행하고 있다는 게 세계가 바라보는 대한민국 공공데이터의 현주소다.
또한 금번 평가에서는 공공데이터 개방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및 개방 수준 모니터링 여부가 신규로 평가되었는데 기관의 데이터 개방을 의무화하고, 개방 데이터 수준을 다각도로 평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공공데이터 제공 운영실태 평가 제도가 우수하게 평가됐다. 이는 개방 측면에 있어 우리나라의 탑다운(Top-Down) 리더십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좋은 데이터라도 활용되지 않으면 데이터의 가치는 결코 크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를 잘 활용하도록 하는 노력은 질 좋은 데이터를 개방하는 노력만큼 중요하다. OECD의 평가는 개방 성과와 더불어 데이터 활용을 위한 정부 노력도 평가하는데, 한국은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해당 세부 지표에서 모두 만점을 획득했다.
민간 협업 기반의 공적 마스크 데이터·요소수 데이터 개방, 코로나19 시기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 주도로 개최된 다양한 사회 현안을 다루는 오픈 세미나 등이 우수하게 평가됐다.
스포츠에 비유하면 한국의 공공데이터는 국가대표로 '데이터 올림픽'에 나가 4회 연속 1위라는 금자탑을 쌓았기에, 이제는 올림픽의 기준을 정하고 제시하는 데이터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더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의 공공데이터 기준(데이터 개방 표준 등)이 국제사회에 통용됐 글로벌 데이터 스탠다드가 되도록 글로벌 파트너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
'Made in Korea'가 글로벌 데이터 시장에서도 흥행하여 국제적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 js.hwang@n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