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환전의 신기술, 크립토 ATM

이종명 다윈KS 대표
이종명 다윈KS 대표

크립토 ATM은 다양한 암호화폐를 현금화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교환 기기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 ATM이 있다. 이는 비트코인(BTC)을 거래소, 은행, 환전소를 방문하지 않고도 구매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세계 71개 국가에 설치, 운영되고 있다.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ETH), 테더(USDT) 등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종류도 늘어나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세계 첫 크립토 ATM은 2013년 10월 29일 캐나다 벤쿠버 시내에 있는 한 커피숍에 설치됐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현재 71개국에서 3만3885대가 운영 중이다. 리서치 앤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크립토 ATM 시장 가치는 464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암호화폐 ATM 설치 미 송금량 증가로 인해 2027년까지 10배 이상 성장해 4억72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47개 주와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9130대 이상의 ATM 기기를 보유·운영하고 있는 비트코인 디포는 지난해 7월 나스닥에 상장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크립토 ATM은 운영되고 있지 않다. 혹자는 수익성이 없고, 자금세탁을 막을 수 없으며, 많은 사람이 스캠(사기)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국내 블록체인 기업의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KYC, AML, 이상징후감시(FDS) 등을 실행·운영하면 '트래블룰'을 지키면서 위와 같은 걱정을 극복할 수 있다.

한국도 제도권으로 진입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를 현재의 거래소뿐만 아니라 크립토 ATM에서 실행할 때가 됐다. 이미 북미를 중심으로 71개국에서 3만3885대(올해1월 17일 기준)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크립토 ATM에 익숙한 외국관광객에게 서비스하면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관광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중남미의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은행 계좌보급률이 10%가 되지 않던 금융후진국 환경에서 정부는 자국 해외근로자들의 근로소득을 본국으로 송금을 편리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을 시작했다. 시중은행 계좌가 없던 국민에게 모바일 비트코인 월렛 '치보(Chivo)'를 정부 주도 하에 공급하고 달러(자국화폐가 없어 달러를 사용함)로의 환전 편의를 위해 215대의 비트코인 ATM을 운영 후, 후속 조치로 시중은행 체크카드 계정에 비트코인 계정을 추가해 언제든 상호 교환이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금융 편의는 관광 목적으로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치보 월렛'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고 관광 수익도 크게 증가한 사례를 만들었다. 크립토 ATM은 암호화폐 환전 및 결제 시장에서 점차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국내 크립토 ATM 설치도 머지 않아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미국 SEC 현물 ETF 승인은 비트코인이 제도권 내 금융상품으로 완전 정착했음을 증명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더리움을 비롯한 다수의 암호화폐도 금융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인을 운영하는 기업, 재단이 트래블룰을 기본으로 적용해야 함은 물론이고 정부와 함께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의 블록체인 진흥 정책이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배제하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미국, 유럽, 남미, 일본 등 웹3.0 산업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글로벌 시류에 한국이 뒤처지지 않길 바란다.

이종명 다윈KS 대표 ceo@dawin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