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부문 SW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워야

[사설]공공부문 SW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워야

정부와 산하 공공부문에서 외산 소프트웨어(SW) 의존이 오히려 더 심화하면서 업계에서 이를 바로 잡아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 기반산업을 책임지는 대형 공공기관부터 국산 SW 도입을 확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부분에서 앞장서 양질의 국산 SW를 활용해도 모자랄 판에 외산만 쫓다 국내 서비스는 외국산 기술에 종속하고 국내 기업 경쟁력 마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실제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공공부문 정보자원 현황 통계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공공부문 운영체제 가운데 98.18%가 외산이다. 정보기술(IT(의 기반인 운용체제는 물론이고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79.88%, 백업 78.63%, 웹 서비스 64.17% 등 대부분 시스템을 해외 기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국산화 비율이 높은 것은 정보보호와 보안관제 정도다.

지난해 국회에서도 한국전력공사와 그 자회사가 도입한 외산 ERP 솔루션이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선 충분히 각종 시스템을 국산으로 바꿀 수 있는데도 외산에 의존한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에선 국내산 기술로도 충분히 업무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지만 면피를 위해 관행적으로 외산을 선택하는 점을 큰 문제로 꼽고 있다.

한전 계열사인 한전MCS도 올해 자체 개발한 ERP로 전면 대체한다. 현실화할 경우 좀 더 저렴한 국산 시스템으로 대체해 비용 절약은 물론 유지보수와 운영에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국내 기업에 기회를 줘 기술 고도화까지 이뤄낸다면 금상첨화다.

15일 세종시에서 공공기관,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실무자 및 정보화 담당자가 '공공부문 차세대 ERP 구축' 방안을 공유하기 위해 모였다. 국내 기업의 장점을 잘 살피고 국산 제품 도입을 확대할 기회가 된다면좋겠다.

공공부문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은 국민 주머니에서 예산이 나온다. 그만큼 관련 비용을 줄이면서도 국내 경제에도 선순환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국산 시스템을 도입하면 비용도 절감하고 산업 경쟁력도 키우는 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지금은 디지털 전환(DX)을 넘어 인공지능 전환(AX) 시대로 나아가는 중요한 때다. 이제라도 공공부문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야 한다. 외산 SW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기술이 많아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산에 대한 검토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큰 문제다. 공공부문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