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동훈 OSP MD “인구절벽 韓, 'AX'로 생산인력 감소 대응해야”

#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총인구가 2012년 5167만명에서 오는 2072년 3622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봤다. 이는 1977년 수준이다. 생산가능 인구가 급격히 줄고,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인구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오동훈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OSP) 성과확산 투자관리자(MD)는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맞게 각종 제도를 정비·개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동훈 산업기술 R&D 전략기획단 성과확산 MD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오동훈 산업기술 R&D 전략기획단 성과확산 MD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글로벌 산업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은 어떤가?

▲앞으로 우리나라는 산업과 경제에 거시적인 측면에서 일곱 가지 거대한 전환이 이뤄져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인구전환을 비롯해 △그린전환(GX) △산업 간 경계 전환 △DX △글로벌 공급망 전환 △기업의 환경·사회·거버넌스(ESG) 경영 전환 △정부의 역할 전환 등이다.

이 가운데 인구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문제다. 우리나라가 마주한 인구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해외에서 인력을 들여오는 인바운드 정책을 비롯해 이전 정책과 차별화한 인구 전환이 필요하다. 아세안 지역의 인재들을 대거 유입시켜야 한다.

GX 측면을 보면 유럽은 최근 친환경 기조를 앞세워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 상승하면 비가역적 기후 변화를 막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은 다양한 이유로 '탈탄소'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공급망도 요동친다.

▲글로벌 '패권'을 쥐기 위한 미국·중국의 치열한 첨단기술 선점 경쟁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업은 자동차, 반도체 등 내구재 중심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같은 산업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공급망 구조가 바뀌고 있다.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처럼 대한민국만의 킬러 아이템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조세 정책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요국처럼 법인세를 낮추는 방안도 필요하다. 법인세 조정이 어렵다면 기술 개발, 인력 채용 등에서 강력한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자금은 한해 105조원 수준이다. 정부 예산이 30조원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민간 활동이 70% 이상이다. 혁신 활동을 높이려면 민간 참여를 더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에 R&D와 관련한 더 많은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오동훈 산업기술 R&D 전략기획단 성과확산 MD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오동훈 산업기술 R&D 전략기획단 성과확산 MD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AX'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AX와 DX가 확산하면 제조업에서 탄소를 줄이는 데도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다. 예컨대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실제로 AI를 용광로 운용에 적용하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제조업 등 산업 측면에서 핵심 과제로 꼽히는 AX·DX는 우리나라 인구문제 때문에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현재 추계로는 오는 2067년 65세 이상이 인구 절반을 차지할 것이다. 통상 만 15~64세를 일컫는 '생산가능연령' 개념도 바꿔야 한다.

과거에는 인력을 대거 투입해 대량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앞으로는 양질의 제품을 사람이 적은 상태에서 생산해야 한다. AX와 DX로 효율을 높이는 한편 다양성을 갖춘 다품종 소량 생산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휴먼팩터'(Human Factors)를 비롯해 인간만의 능력을 AI 학습을 통해 제어 체계에 결한 기술 체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생산인구 확보 방안은?

▲19세기 초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가 일어났다. 새로운 기계가 출현하면서 인간의 노동력을 투입하는 수요는 줄지만, 기계를 현장에서 운용하기 위한 새로운 직업들이 생겼다. 미국에는 현재 약 20만개 직업군이 있다. 우리나라는 7만여개다. 발달한 경제일수록 직업이 분화한다는 뜻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자동화하면서 변화하는 분야에서 또 다른 생산 인력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전문성을 가진 기존 인재와 AI를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교육도 필요하다. 산업적 경험을 가진 인력이 산업 현장에서 AI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수 인재들이 나갔다가 돌아오는 사례가 많았다. 이들이 그동안 우리나라가 성장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됐다.

오동훈 산업기술 R&D 전략기획단 성과확산 MD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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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미국 등과 달리 우수한 인력의 유출에 비해 유입이 너무 적다. 이제는 해외에서 인재를 데려오는 강력한 인바운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각국에서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한편 그들이 한국에 정착해 안정된 생활을 누리도록 지원해야 한다.

육체적·사회적인 편의와 안정에 초점을 맞춘 '노년학'(Gerontology)의 영역을 첨단기술과 결합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AI 등을 활용해 노인에게 노동자로서의 생산성을 개발해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노인을 실버산업의 대상에서 생산현장에 머무르는 노동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인간이 아름답지 않겠나.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