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 4년 차를 맞았지만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최근 일부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 사업 재편에 착수했다. '2세 경영'을 본격화한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가 디지털 헬스케어 전략을 총괄하면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해법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2021년 시작한 염증성장질환(IBD) 환자 대상 원격 모니터링 애플리케이션(앱) '니어닥'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듬해 선보인 장질환 관리 앱 '과장님 케어' 역시 저조한 이용률로 인해 활용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진행 중인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두 축이 부진하면서 재편을 모색하고 있다.
니어닥은 염증성장질환 환자가 자신의 복통·설사 등 증상을 입력하면 의료진용 시스템(RPM)에 연동돼 담당 의사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21년 가천대 길병원과 공동 연구한 결과물로,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1차 시범운영까지 진행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꾸준히 강조하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 진출 첫 발을 뗐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셀트리온과 가천대길병원은 2차 시범사업까지 추진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협업을 이어갔지만, 지난해 3월 공동연구를 중단한데 이어 서비스까지 종료했다. 병원과 질병 등이 제한적이면서 좀처럼 이용자 수가 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의 두 번째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과장님 케어' 앱도 성과가 미미하다. 자체 개발한 이 앱은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 상태 기록 △식약 및 복약 기록 △전문가 상담 등 기능을 제공한다. 출시 1년 반 가까이 지났지만 앱스토어에서 수 천 건의 누적 다운로드 수를 기록,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룹 미래 먹거리로 내세웠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연이어 부진에 빠지자 회사는 전략을 전면 재편하고 있다. 특히 서 회장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가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접근이 예상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 서 회장 역점 사업이었던 만큼 이번 결과에 따라 '2세 경영' 시험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회사는 니어닥 서비스 종료와 함께 '과장님 케어' 앱도 단순 환자용이 아니라 환자 임상 시험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자 모니터링과 상담 등 직접적인 서비스를 넘어 약물 반응이나 예후 예측 가능한 바이오 마커 발굴 과정에서 활용 가치가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대신 '셀트리온 헬스케어 인텔리전스 뱅크'로 불리는 바이오 데이터뱅크를 구축, 데이터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신규 서비스를 구상할 방침이다. 이 뱅크는 셀트리온이 축적한 임상 데이터를 집대성해 신약 개발은 물론 환자와 의사 사이를 연결하는 완성도 높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에 활용하는 게 목적이다. 장기적으로 미국 등에서 원격의료와 왕진 등에 특화된 서비스를 출시, 자사 바이오시밀러 영업 등과 시너지 창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서정진 회장은 새로운 먹거리 발굴과 함께 주력 바이오 의약품의 접근성 확대를 위한 연결고리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점찍고 꾸준히 투자를 지시해 왔다”면서 “그동안 부진에도 불구하고 그룹 디지털 헬스케어 전략을 장남에게 맡길 정도로 의지가 높으며, 서 대표 역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기 위해 이 영역을 첫 성과물로 만들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