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차량용 소화기 의무화

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화재는 자동차 안전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일정 비율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하고 있고 원인도 다양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상자 발생을 줄이는 방법이 핵심이다. 기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등 화재 발생 시 조치하는 방법이 다른 만큼 차종에 따른 응급조치가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는 2550만대 수준이고, 이 중 57만대가 전기차다. 연간 발생하는 자동차 화재는 4500~5000건 정도로 하루에 약 12건으로 추산된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화재가 드문 경우가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 화재와 달리 배터리를 중심으로 온도도 높고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탑승자 안전을 위한 골든타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요소다. 한두 건의 전기차 화재로 공포감이 늘고 부정적 시각이 팽배한 문제는 분명히 개선해야 한다.

현재 국내의 자동차 화재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상태다. 운전자의 적극적 소화 행위 역시 매우 낮게 나타난다. 선진국의 경우 자동차 화재가 발생하면 주변 차량에서 모두가 소화기를 하나씩 들고 와 함께 소화하는 모습과 거리가 멀다. 자신의 차량에 소화기가 있는 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국내 7인승 이상 차량에는 트렁크에 소화기가 의무적으로 장착된다. 하지만, 있는 지조차 모르거나, 있어도 관리를 하지 않아 수명에 영향이 큰 상황이다. 차량용 소화기 의무 장착은 물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반복 교육도 꼭 필요한 이유다.

차량용 유리 깨는 망치와 안전 삼각대, 야광조끼, 소화기는 생명과 직결된 용품이다. 소화기는 언제든지 차량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탑재 의무화를 통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이같은 의견을 반영해 올해 12월부터 국내에서도 모든 자동차에 소화기 비치가 의무화된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 문제가 남아 있다. 먼저 의무화된 차량용 소화가기가 일생생활에서 사용하는 ABC 소화기로 크기가 크고 관리가 어렵다. ABC 소화기는 효과가 크고 가격이 낮지만, 이동하는 차량에 비치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

차량용 소화기는 차량 내부에 직접 비치하는 소화기로 화재 발생 시 소화하라는 뜻보다는 불의 확산을 지체시켜 골든타임을 늘리고 119 소방대가 도착해 소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찾는 것이 주목적이다. 따라서 기존 무겁고 부피가 큰 소화기보다는 최근 개발된 각종 소화 기능이 뛰어난 휴대용 소화기를 인증, 실내에서 운전자가 직접 손으로 꺼낼 수 있는 위치에 두는 게 현명하다.

국내에서도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소형 고성능 소화기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증 기반이 필요하다. 독과점 폐해를 줄이고 다양한 제품군을 통해 소비자와 제작사가 선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요구된다. 이미 유럽에서는 소형 고성능 소화기를 운전석 좌석 아래 등에 장착, 항상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도 한·유럽 FTA가 체결된 상황에서 공동 인증을 통해 수입차, 국산차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운전석도 아닌 큰 소화기를 트렁크에 장착해 효율성은 물론 골든타임이 줄어든다면 안 하는 것보다 못한 악성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차량용 소화기를 항상 애용할 수 있는 반복 교육과 홍보 캠페인도 중요할 것이다. 차량용 소화기 의무화가 탁상행정식 제도를 극복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안전 규정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 pskim@daeli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