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한국 바이오산업이 가야 할 방향

박성환 폴리텍 대학 교수
박성환 폴리텍 대학 교수

바이오산업이란 생명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생물체 기능 및 정보를 활용하여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이다. 응용 분야에 따라 레드바이오, 그린바이오, 화이트바이오로 구분된다. 먼저 가장 큰 시장 규모의 레드바이오는 보건·의료 분야, 그린바이오는 농업·식품·자원 분야, 화이트바이오는 화학·에너지 분야로 나뉘며 많은 산업들과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 컨설팅기관인 'IQVIA'의 2023년 발간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2022년 1조4820억달러에서 연평균 3~6%의 증가세를 보이며 2027년에는 1조91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7.5~10.5%의 가파른 증가세로 2027년에는 6660억달러까지 확대돼 전체 의약품 시장의 3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의약품은 인공합성이 불가능한 복잡한 구조의 고분자 생체물질이어서 대량생산이 어렵고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효과가 뛰어나고 독성이 낮아 글로벌 의약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약품 시장에 유명 제약사뿐만 아니라 미국 빅테크 기업도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알파고로 유명해진 구글의 딥마인드는 단백질 예측모델 '알파폴드 AI'를 개발해 수십만개의 단백질 3D구조 예측 신약개발에 지속 투자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도 AI 신약개발을 미래 먹거리로 선언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시장에서 최초로 성공을 거두며 바이오 관련 투자가 활발해졌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속적인 투자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을 주도하며 작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 이전까지 전무했던 국내 신약개발이 이후부터 하나둘 성과를 내기 시작하며 2020년까지 30개 이상의 신약이 개발됐고, 허가까지 받았다.

매우 괄목할만한 성장세지만 아직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기록한 신약은 나오지 않았다. 바이오시밀러 CDMO 분야 시장의 성장세 대비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의 한국 바이오산업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바이오 분야는 신약 개발기간이 10년을 넘어가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실패 확률도 높기 때문에 단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없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대대적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신약 개발 아이템은 대부분 중도에 탈락하고 소수의 아이템만이 신약으로 허가받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수의 신약이 완성되기 위한 개발 아이템의 절대적인 수를 늘려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한국 바이오 산업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과 벤처기업이 잘 자라날 수 있게 하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기업과 벤처기업의 신약개발 아이템이 충분한 가능성을 보인다면 단독으로 모든 과정을 밟는 대신 다른 기업과 공동 또는 대기업이 이어받아 이후의 개발을 완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연구개발, 임상, 제조 등 모든 과정을 서비스하는 CDMO 사업을 더욱 활성화시켜 미래 한국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성환 한국폴리텍대학 바이오캠퍼스 바이오생명정보과 교수 swpark@kopo.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