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우리에게 좋은 배당금과 나쁜 배당금이란

김민기 KAIST 경영대학 교수
김민기 KAIST 경영대학 교수

국내외 배당주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배당주 투자 성공 노하우에 대한 영상 콘텐츠도 조회수가 높다. 이는 자연스럽고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투자 의사 결정 모습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해외로 송금하는 배당금에 관한 뉴스를 들을 때면, 그리고 특히 '배당 잔치' '국부 유출' 등 자극적인 단어와 함께 들으면 불쾌한 감정이 밀려온다.

특히 지분 구조 상 해외 본사로 막대한 배당금을 송금해왔던 외국계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높다. 비단 외국계 금융사가 아니더라도 외국인 주주 비율이 높아진 국내 금융지주의 고배당 성향을 두고도 여러 차례 논란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자본리쇼어링 즉 국내 기업의 해외 유보금이 국내로 유입된 것을 함께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로 거의 처음 있는 기록적인 해외 배당금 유입일 것이다. 정부는 2022년 세법 개정을 통해 해외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제도를 도입했는데, 국내 법인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을 국내 모회사 소득에 불포함한다는 게 그 취지였다.

즉 과거 해외 자회사 소득에 대한 현지 법인세와 국내 세금을 내는 이중과세를 개선한 것이다. OECD 국가 대부분이 해당 제도를 운영해온 가운데, 미국은 2018년 해당 제도를 도입하자마자 해외자회사 배당이 4배 이상 상승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2022년 대비 2023년 국내 기업들이 해외 법인에 직접 투자해 받은 배당금은 삼성전자가 8배인 29.5조원, LG전자는 2.5배(1.8조원), 현대차는 2.3배(3.5조원), 기아는 29.8배(3.7조원)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해당 대기업들은 이 배당금을 국내 R&D, 시설 투자, 고용 창출, 글로벌 시장으로의 신사업 투자를 위해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럼 국내 대기업과 함께 경제에 일조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배당 이슈는 어떻게 보면 좋을까? 일단 스타트업의 스케일업과 성공 가능성은 매우 작다. 국내 투자 환경을 보더라도, 공모 시장은 규모가 작고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밸류에이션도 낮으며 국내 대기업의 스타트업에 대한 M&A 투자도 매우 저조하다.

단순 투자 문제라기 보다는,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할 때 기존 국내 대기업에 맞추어진 규제가 스타트업에 적용되면서 되려 스타트업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컸었다. 그래서 국내 스타트업은 후속 투자 유치 단계에서 해외 자본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2021년까지 380개가 넘는 국내 스타트업들은 해외 글로벌 펀드로부터 투자 받았으며, 총 투자유치액은 8016억원이었다. 당근마켓,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 직방 등도 후기 투자단계에서 해외 글로벌 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전략적 투자자로서 그들의 성공을 지원했던 해외 투자자들이 배당 요구를 한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앞서 국내 대기업의 자본리쇼어링을 바라보며 느꼈던 것을 역지사지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고, 배당금의 용처 즉 국내로의 재투자, 고용창출, 동반 글로벌 진출 가능성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서 판단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로벌 경제 속 한국 위상과 국내외 투자 환경을 고려했을 때, 이제 해외 배당금 자체를 국부 유출로 비판하기 보다는 해당 산업의 특성, 기업의 초기-중기 성장에 있어 투자 유치의 어려움, 성장 과정에서의 해외 투자자 역할, 국내 고용 창출 및 납세, 글로벌 진출 등을 통한 중장기적 경제적 득실 관계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성을 느낀다.

김민기 KAIST 경영대학 교수 minki.ki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