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KBS, MBC, SBS 등 39개 지상파 방송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방송협회가 국내 최대 IT기업인 네이버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방송사는 네이버가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 등의 학습에 보도자료 등 각종 데이터를 허가 없이 이용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미 미국에서는 2023년 12월 뉴욕타임스가 챗GPT 개발사 OpenAI와 투자사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관련 소송을 제기하였으며, 2024년 4월에는 시카고 트리뷴 등 8개 신문사도 소송을 제기하였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2018년 야놀자가 자사의 정보를 무단 복제(크롤링)해 영업에 이용한 여기어때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나, 이는 경쟁 업체 간 부정경쟁 관련 사건으로 직접적인 'AI 학습 저작권 사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방송사와 네이버의 분쟁은 AI 학습 저작권 사건으로, 관련 사건에서는 'AI 학습이 저작물의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된다.
공정이용이란 저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권리와 그 저작물을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공익적 가치를 조정하기 위해 도입된 법리로, 미국 연방저작권법 제107조는 '비평, 논평, 시사 보도, 교수, 학문 또는 연구 등의 목적을 위해 저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저작권법도 이를 수용하여 제35조의 5에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공정이용 조항을 규정하였다.
위 조항에 따를 때 저작물의 이용행위가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는 1. 이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3.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4.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 4가지 요건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기존 저작권 전문 변호사들의 'AI 학습 데이터 수집(웹 크롤링)은 상업적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므로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AI 전문 변호사들의 'AI 학습에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은 기존 저작물의 가치를 도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저작물의 언어적 표현 및 사실관계 등을 학습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이용(비표현적 이용)하는 것이므로 공정이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산업 발전과 표현의 자유를 중시해 공정이용 조항을 폭넓게 해석하는 반면, 한국은 위 조항을 예외 조항으로 보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방송사의 창작적 노력이 인정되는 보도자료 자체를 이용한다면 마땅히 대가를 지불해야 하겠으나, 우리 저작권법 제7조가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는 저작권이 없다”고 규정하여 보도자료의 공익적 성격을 일부 인정하고 있고 AI 산업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른 육성 산업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비표현적 이용은 공정이용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작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AI 기본법에는 정부가 학습용 데이터를 관리하는 통합제공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용자에게 비용을 징수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있으나, AI 학습 저작권에 대한 직접적인 조항은 없다.
우리도 이제 AI 시대의 새로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새로운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 minha-khm@naver.com
저자소개 :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는 인공지능(AI)·정보기술(IT)·지식재산(IP)·리스크관리(RM) 및 경영전략 전문 변호사이다. 법제처·한국법제연구원 자문위원, 교육부·전자신문 IT교육지원캠페인 자문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인력양성사업 자문위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인식개선사업 자문위원, 경상북도청 지식재산전략 자문위원, 안동시청 지식재산관리 자문위원,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해외투자 및 저작권사업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