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현장] 10년의 ‘시간을 달려서’ 다시 곁으로 돌아온 여자친구

사진=쏘스뮤직
사진=쏘스뮤직

가슴 속에 고이 간직 해뒀던 ‘너 그리고 나’의 추억들이 마치 반짝이는 ‘유리구슬’처럼 차례차례 빛을 되찾은 ‘밤’이었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서는 그룹 여자친구(소원, 예린, 은하, 유주, 신비, 엄지)의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 ‘Season of Memories(시즌 오브 메모리즈)’가 개최됐다.



이날 콘서트를 하나의 감정으로 표현하자면 ‘뭉클함’이다.

앞서 진행된 1, 2회차 공연 후기에서 많은 팬들은 ‘감정이 벅차올랐다’고 입을 모았고, 현장 스태프와 취재진들까지도 콘서트의 첫 곡 ‘오늘부터 우리는’의 전주와 함께 여자친구 멤버들이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뭉클했다’는 감상평이 이어졌다.

이처럼 여자친구의 콘서트가 팬은 물론 스태프마저도 뭉클하게 만든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여자친구의 음악적 특징 때문일 수도 있고, ‘10’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한 번 흩어졌던 멤버들이 다시 모여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여자친구는 2021년 5월 쏘스뮤직과 전속계약이 종료된 것을 계기로 멤버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 흩어졌고, 이에 여자친구가 완전체로 다시 무대에 서는 것은 요원한 일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여자친구 멤버들은 딱 10주년에 맞춰 다시 버디(팬덤명) 곁으로 돌아왔고,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버디들은 물론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한층 더 뭉클하고 애틋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또 여자친구 역시 이를 알고 있다는 듯 콘서트 곳곳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콘서트의 타이틀인 ‘Season of Memories’는 여자친구의 데뷔 앨범인 ‘Season of Glass(시즌 오브 글래스)’와 첫 단독 콘서트 ‘Season of GFRIEND(시즌 오브 걸프랜드)’에서 이어지며, 콘서트의 개최장소인 올림픽홀은 ‘Season of GFRIEND’가 개최된 곳이기도 하다.

사진=쏘스뮤직
사진=쏘스뮤직

이에 더해 여자친구라는 그룹이 지니는 독특한 입지와 정체성, 히스토리는 이런 뭉클함을 단순한 일회성 감정으로 치부하기 어렵게 만든다.

여자친구의 데뷔 당시 소속사 쏘스뮤직은 지금과 달리 작은 규모의 소형기획사에 불과했고, 당연히 무명의 신인 걸그룹인 여자친구에게 주목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실제로 데뷔 당시에는 데뷔곡 ‘유리구슬’보다 여자친구라는 특이한 그룹명이 더 화제를 모았을 정도였다. (※여담으로 당신 한 기획사 대표는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징조이며 음악 역시 좋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여자친구의 성공을 예측했고, 이는 현실이 됐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보란 듯이 차근차근 성장세를 이어갔고, 후속작 ‘오늘부터 우리는’과 ‘시간을 달려서’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다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

이런 여자친구의 성장 과정은 데뷔 초창기부터 이들을 응원한 팬들에게는 단순한 팬심을 넘어 ‘함께 성장한’ 동료이자 친구, 가족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스토리텔링이 됐다.

꼭 팬이 아니라 K팝 신(Scene) 전체로 놓고 봐도 여자친구는 특별하다. ‘파워 청순’과 ‘격정 아련’이라는 독창적인 콘셉트를 만들어 내며 걸그룹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특유의 편안하고 멜로디컬한 음악들은 특정 연령대나 성별에 집중돼 있던 K팝을 다시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위치로 가져왔다.

더불어 공식처럼 굳어진 ‘K팝=영어 혼용 가사’를 벗어나 온전히 한글로 쓴 ‘시간을 달려서’는 이제 오히려 해외 K팝 팬들에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K팝’이라며 극찬을 받고 있기도 하다.

사진=쏘스뮤직
사진=쏘스뮤직

이와 같은 여자친구라는 그룹의 특징과 정체성은 이제 단순한 음악을 넘어 행복했던 한때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재생되는 배경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콘서트에서 여자친구 멤버가 ‘행복해?’라고 묻자 관객 중 누군가는 주저 없이 “행복하다”라고 외친 것도 이들의 음악이 행복했던 순간을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래서 더 아쉽고 아련하고 뭉클한 콘서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의 콘서트는 이날로 끝이 났고, 일본과 홍콩, 대만에서의 공연까지 끝나면 '완전체 여자친구'는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날 콘서트를 찾은 팬들은 모두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을 달려서’ 다시 무대로 돌아왔듯이, 여자친구는 언제나 함께이고 결국 돌아올 것을 말이다.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은 평생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