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위험 필수의료 도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의료진 형사처벌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처벌에 대한 부담으로 의료진이 고위험·고난도 필수의료를 회피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의료사고 발생 시 필수의료와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심의위원회를 신설한다.

보건복지부는 6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5월부터 의료개혁특위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를 운영하며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는 정보 부족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의료진은 민·형사상 위험으로 필수의료를 회피하는 일은 의료개혁 걸림돌로 작용했다. 2012년 의료분쟁조정제도가 도입됐지만, 최근 5년간 중상해 사고 조정 성공률은 55.7%에 그쳤다. 소송으로 넘어갔을 때 1심 소요기간은 26개월에 달한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강화 방안으로 형사체계 개선을 제시했다. 의료사고 상해 결과에 따라 의료진을 기소했던 기존 원칙에서 벗어나 의료사고 원인을 따지는 것으로 전환한다. 위험하고 난도가 높은 필수의료에 대해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다면 불가피한 사고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필수의료 사망사고는 사고 당시 긴급성, 구명 활동 등을 고려해 형량 면제까지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 구성을 추진한다. 의료사고로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심의위는 중대과실과 분쟁 조정 대상 여부를 확인해 기소 자제 등 의견을 권고한다. 검찰과 경찰이 진료기록·폐쇄회로(CC)TV 등 수사자료를 넘기면, 심의위는 150일 안에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강준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의 경우 최종 무죄 판단까지 5년여가 걸리는 등 형사 부담이 의료현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의학 전문성을 지닌 심의위가 수사 장기화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픨수의료에 대한 사고는 공적 배상체계도 강화한다. 앞서 지난 4일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개정으로 불가항력으로 발생하는 분만사고의 국가보상한도를 최대 3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으로 상향했다. 환자 피해보상 기금 신설과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등으로 국고 부담은 덜기로 했다.
환자 권리를 위해서는 환자 대변인을 신설해 분쟁조정 신청서 작성과 심리 준비 등을 지원한다. 감정·조정 결과는 국민에게 공개해 투명성을 높인다.
복지부가 이날 발표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방안이 실현되기 위해선 의료분쟁조정법, 변호사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 환자단체와 시민사회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중대과실이 아니면 모두 단순 과실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고, '기소 자제'라는 표현을 썼지만 불기소 처분이 남발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환자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의료사고 심의위를 운영한다면 고위험 필수의료에 대해 판단하는 경우로만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