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도 올해 HBM 수요는 지난해보다 2배 성장을 전망, 향후 고공행진도 예고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매출 17조6391억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늘고, 영업이익은 158% 급증했다. 종전 1분기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12조4296억원)와 2018년(4조3673억원)이었는데, 이를 경신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12% 이상 상회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2개 분기 연속으로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도 넘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었다.
호실적의 원동력은 HBM이다. 여러 개의 D램을 적층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개선한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필수 반도체로,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AI 개발 경쟁과 재고 축적 수요 등이 맞물리며 메모리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개선됐다”며 “이에 맞춰 HBM3E 12단, DDR5 등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HBM 수요도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GPU 중국 수출 통제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HBM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HBM은 고객과 1년 전 공급 물량을 합의하는데, 올해 수요는 변함없이 전년 대비 약 2배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또 내년 물량은 주요 고객과 상반기 내 가시성을 확보할 계획이며, 2028년까지 HBM 수요는 연평균 50%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을 강화, 주도권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AI PC용 고성능 메모리 모듈인 'LPCAMM2'를 1분기부터 일부 PC 고객에 공급했고, AI 서버용 저전력 D램 모듈 '소캠'(SOCAMM)도 적시 공급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