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로서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을 주는 작품” 배우 정준원이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의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로 호연을 펼친 배우 정준원과 만났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언슬전)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 시리즈(2020~2021) 스핀오프로,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의 성장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공의 파업 등의 현실적인 반감과 함께 지난해 5월 촬영마무리 이후 1년만에 방영됐다.

정준원은 산부인과 레지던트 4년차 구도원 역으로 분했다. 새내기 1년 차들을 구원하고 살뜰히 챙기는 '구선배', '빛도원'의 모습과 함께, '언슬전'의 유일한 빌런 명은원 교수가 자신에게서 가로챈 논문으로 수상을 하는 데도 당하는 '호구도원'까지 자상하면서도 강단있는 캐릭터의 분위기를 현실적인 톤으로 자연스럽고도 깊게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사돈인 1년차 '오이영'(고윤정 분)과의 로맨스 연기는 초반의 우려를 무색케할만큼 현실과 판타지를 한 번에 보는 듯한 능청스러운 호흡으로 이어지며, 표남경(신시아 분), 엄재일(강유석 분), 김사비(한예지 분) 등의 성장기 중심과는 또 다른 드라마 속 메인 재미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종영한 해당 작품에 대한 사랑은 물론, 2015년 영화 '조류 인간'을 시작으로 동주·박열·리틀 포레스트·독전 등 영화는 물론 넷플릭스 '모범가족'까지 다방면의 신스틸러 호흡을 키워오던 정준원을 향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슬전'을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어땠나?
▲촬영 당시 내용을 어느 정도 잊은 상태에서 촬영하지 않았던 부분들도 함께 보니까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예전 작품처럼 풋풋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의료파업으로 인해 길어진 방영연기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기다림 끝에 이렇게 공개되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동료들과의 팀워크는 어땠나?
▲'슬의생' 시즌1 오디션 이후 신원호 감독님께서 개인적으로 미팅을 요청하셨고, 여러 차례 오디션을 보면서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 감독님께서는 제 본연의 모습과 캐릭터의 교집합과 함께, 듬직한 선배의 모습을 기대하신 것 같다. 배우들과는 감독님께서 적극적으로 자리를 마련해주신 덕분에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극 중 '구도원'이 다소 이상적으로 그려졌다는 평도 있다. 정준원이 생각하는 '구도원'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실에서는 흔치 않은 케이스일 것 같긴 하다. 자상하면서도 때로는 엄격한 면모를 보이는 구도원이라는 인물이 연기하면서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때로는 '나라면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도 있었지만, 작품 속 캐릭터를 어느 정도 이해해야 연기할 수 있는 저로서는 캐릭터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1년차 후배들과 교수님들이 바라보는 시선들이 구도원이라는 인물을 만들어가는 데 영향을 주었다.

-오이영-구도원 커플의 로맨스가 화제다. 그에 따른 비하인드는?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있기에 시청자들에게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감독님과 캐릭터 자체의 힘, 동료들의 호흡을 믿고 연기했다. 로맨스연기 과정에서는 감정이 고조된 시점보다는 그 직전의 미묘한 지점들을 연기하는 게 더 어려웠다. 촬영 전부터 많이 친해지려고 소통했지만, 아무래도 서로 내향형 성격이라 쑥스러운 것들이 있었다.
이러한 로맨스의 인기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사돈 관계이자 선후배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오이영의 모습이 주는 판타지감과 현실적인 설렘이 공존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든든했다. 특히 정경호 선배와는 함께 연기하면서 TV 속 김준완 교수님을 직접 만난 듯한 느낌으로, 정말 뜻깊었다.
-정준원 배우의 연기가 실제 생활처럼 자연스럽다는 평이 많다. 연기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모든 장면에서 과도한 힘을 주기보다는, 때로는 크게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 속에서도 진심을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진솔한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도화지 같은 배우'라는 평을 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만약 시즌2 제작 논의가 된다면 참여 의향은? '언슬전'이 정준원에게 남긴 의미?
▲당연히 참여하고 싶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저에게 배우로서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좋은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만큼 소중하고 감사하다.
-과거와 비교,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슬기로워진'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배우로서의 목표?
▲대학교 졸업 직후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설렘과 불안이 공존했던 시기였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지난 시간들을 통해 배우로서 조금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작품 속에서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다. 편안하고 친근하며,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윤아·아이유 등에 이어 고윤정까지 미녀배우들과의 좋은 호흡, 비결이 있나? 앞으로의 캐릭터포부?
▲잠시나마 고윤정 배우의 남자친구 역할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웃음). 윤아, 아이유 배우님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이유는 아직 저도 잘 모르겠다.
배우로서 캐릭터를 통해 일상에서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들을 표현함에서 오는 해방감과 함께, 연기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매 순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특정 역할에 얽매이기보다는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경험을 쌓고 싶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