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농업 테러 무기” 中 커플, 곰팡이 美 밀반입하려다 덜미

붉은 곰팡이에 감염돼 이삭마름병에 걸린 옥수수. 사진=agrifind
붉은 곰팡이에 감염돼 이삭마름병에 걸린 옥수수. 사진=agrifind

중국 출신의 연구원들이 미국으로 곰팡이를 밀반입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해당 곰팡이는 농작물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농업 테러'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5일(현지 시각)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 동부 지방 검찰청은 중국 출신의 젠윈칭(33)과 남자친구인 류준용(34)을 음모, 밀수, 허위 진술, 비자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이 미국으로 밀반입한 곰팡이는 '붉은 곰팡이'(Fusarium graminearum; 푸자리움 그라미네아룸)로 밀, 보리, 옥수수 같은 특정 작물에 전염돼 이삭마름병을 일으킬 수 있어 '잠재적 농업 테러 무기'로도 불린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 곰팡이에 대해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며 “이 곰팡이가 생성하는 독소는 가축과 사람에게 구토, 간 손상, 생식적 결함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커플이 미국에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붉은 곰팡이'. 사진=로이터 연합뉴스/미 디트로이트 검찰
중국인 커플이 미국에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붉은 곰팡이'. 사진=로이터 연합뉴스/미 디트로이트 검찰

형사 고발장에 따르면 젠은 미국 미시간 대학교 연구원, 류는 중국의 한 대학교의 연구원으로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알려졌다. 류는 이전에 미시간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류는 지난해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에 입국했을 당시 배낭 안에 곰팡이를 숨겼다 세관에 붙잡혔다. 당시에는 봉지 안에 든 곰팡이가 어떤 물질인지 모른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미시간대 연구실에서 연구에서 사용할 계획이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중국에서 이 곰팡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당국은 젠이 중국 정부로부터 붉은 곰팡이 연구를 위한 연구비를 지원받았으며, 그가 중국 공산당 당원이라고 주장하면서 “가장 심각한 국가 안보 우려를 낳았다. 두 사람은 미시간 대학교 연구실을 이용해 계획을 실행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젠은 현재 미국에 구금 중이며 오는 10일 법정에 출두할 예정이다. 류는 지난해 7월 중국으로 송환된 뒤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류가 자발적으로 미국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체포 가능성은 낮다.

미시간 대학은 영국 BBC 방송에 성명을 통해 “피고인(젠)이 수행한 연구와 관련해 중국 정부로부터 어떠한 자금 지원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유학생, 특히 중국 공산단과 연관되거나 관련 분야의 전공자에 대한 유학생 비자를 취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미 국무부는 최근 미국 내 전문가들의 잠재적 불법 행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출신의 하버드대 연구원인 크세니아 페트로바(31)가 개구리 배아 샘플을 밀수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