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D-엣지] 스테이블코인,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다

송민택 교수
송민택 교수

시뇨리지(seigniorage)란 말이 있다. 중세 유럽, 군주(Seignior)는 금속 화폐를 발행하면서 주조 비용보다 높은 액면가를 책정했다. 그 차익은 고스란히 군주의 몫이었다. 화폐를 찍는 것만으로 얻는 이익, 바로 시뇨리지다. 권력 아래 독점적으로 행사되던 이 개념은 근대 국가의 중앙은행 체제에서도 형태를 달리하며 이어져 왔다. 그리고 지금, 이 용어가 스테이블코인 논쟁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발행 여부뿐 아니라, 발행주체, 준비금 요건, 통화정책, 나아가 시뇨리지와 코인런 위험까지 모든 이슈가 수면 위에 있다. 특히, 국회의 디지털자산기본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정책 및 통화 당국과 금융권, 핀테크 업계, 학계가 저마다의 입장을 개진하는 형국이다. 사실 관건은 스테이블코인을 어떤 구조로 설정하고 관리할 것인가다.

스테이블코인은 화폐로 간주할 수 있는가. 결제 수단, 회계 단위, 가치 저장이라는 기능을 충족한다면 실질적인 화폐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도 시뇨리지와 유사한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화폐 구조와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발행사는 저마다의 경쟁력과 고객 확보를 위해 다양한 사용처를 개척하고 유동성을 유지해야 한다. 발행 유지에는 인프라 운영, 가맹점 확대, 마케팅 등 적지 않는 비용도 수반된다. 단순히 주조 이익 개념만으로는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시뇨리지는 중세 군주가 주조권을 독점하고 화폐 가치와 사용처를 강제할 수 있었기에 성립됐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세금을 걷거나 법정통화로 상환받을 권한이 없다. 시장의 선택을 받아야만 유통되는 구조이므로, 특정한 사용처를 일방적으로 지정하거나 강제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시뇨리지에 대한 과도한 논쟁은 일부 사례의 확대 해석일 수 있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발행사의 준비금이 부족하거나 회계정보가 불투명할 경우 대규모 환매 사태인 코인런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예치금 100% 이상 보유, 분리보관, 국채 중심의 자산 운용, 실시간 회계 공시 등 명료한 요건이 요구되는 것이다.

국제 금융은 불확실성을 제거한 즉시 상환 가능성, 즉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지키라는 NQA(No Questions Asked)를 강조한다. 액면가 의심 없이 일대일로 교환할 수 없다면 화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화, 요구불 예금, 단기 국채,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즉시 현금화 가능한 자산만을 준비금으로 인정한다.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개정안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100% 준비금 보유를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NQA 구조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발행 주체를 누구에게 허용할 것인가는 주요국 모두가 고민한 쟁점이다. 미국은 Circle과 Paypal 등 핀테크 기반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영국은 전자지급업자 중심, 프랑스는 은행과 비은행 모두에 문을 열었다. 반면 일본은 은행, 신탁사 중심의 폐쇄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비교 속에서 한국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현재 논의는 은행 중심의 신중론과 비은행 참여를 포함한 혁신론이 충돌하고 있다. 은행만으로는 확장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기술 기반의 민간 기업에 발행권을 허용하되, 철저한 준비금 요건과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모델이 현실적 모델일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보통의 디지털 자산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 관문이자, 새로운 화폐 질서의 출발점이다. 더 늦추면 무인가 외화 스테이블코인이나 음성적인 거래가 국내 결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수 있다. 시뇨리지와 통화정책, 회계투명과 발행주체 등 논쟁을 뛰어넘어, 우리는 미래 세대의 화폐 질서를 준비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와 논쟁이 성숙한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nagaiaid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