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코틀랜드의 본인 소유 골프장을 찾은 가운데, 미국 출신 예술가가 인근에서 현지 국민에게 미국을 대신해 사과하는 '사과 데스크'를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닷새 간 일정으로 본인 소유인 골프장 2곳(턴베리, 애버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과 만났다.
이 가운데 예술가 조셉 드라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이 있는 스코틀랜드에 '미국 사과 데스크'(United States Apologies Desk; USAD)를 설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드라페가 설치한 데스크 앞에는 '미안합니다'(Sorry)라고 써 있는 미국 국기가 달렸다. 그는 '사과 데스크'라는 이름 그대로 데스크 앞으로 찾아온 현지인들에게 미국을 대신해 사과했다.
드라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로 지난 2017년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영국으로 이주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된 이후 관세 협정으로 미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드라페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인근에서 '사과 데스크'를 운영하는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 일정을 위해 스코틀랜드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골프장 인근에서도 사과 데스크를 설치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보, 그리고 권위주의로 치닫는 미국에 대한 불안과 분노를 다스리기 위한 방법”이라면서 “난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사랑하고, 동시에 (미국의 행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냥 본능적으로 '사과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사과 데스크를 찾은 미국인 리차드 핀레이 프레쳐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교수는 “드라페가 말한 것처럼 우리(미국)는 충분히 사과하지 않았고,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제대로 되돌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에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버딘에 거주하는 이본 잉글리시는 “처음에는 단순히 재밌어 보여서 방문했는데, 조셉의 말을 직접 들어보니 꽤 흥미로웠다. 트럼프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