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취재 중이던 알자지라 방송 취재진 5명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 대원을 제거한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가자 동부 시파 병원 인근 텐트에 떨어진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 최대 뉴스 네트워크인 알자지라 소속 취재진 5명이 사망했다.
이날 공습 사망자 중에는 매일 정규 보도를 통해 가자지구의 현장 상황을 전하던 기자 아나스 알 샤리프(28)도 있었다. 그는 사망 직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동부와 남부 지역에 집중적인 공습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IDF)은 공습 사실을 인정하면서 알 샤리프 기자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하위 조직 지도자라며 공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알 샤리프 기자를 '기자로 가장한 테러리스트', '이스라엘 민간인과 IDF에 대한 로켓 공격을 주도한 인물'이라고 지칭하면서 가자지구에서 발견된 정보와 문서가 그 증거라고 발표했다.
IDF는 지난해 10월에도 하마스 일원이라며 알 샤리프 기자를 포함해 가자지구에서 취재 중인 언론인 6명의 리스트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언론인 단체는 “해당 언론인이 테러 조직원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으며, 알자지라방송은 “조작된 증거를 거부한다”며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알 샤리프 기자가 결국 IDF에 사살당하자 언론인 단체와 알자지라는 '살인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알자지라는 알 샤리프 기자를 “가자지구에서 가장 용감한 언론인 중 한 명”이라고 칭하면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가자지구 점령에 대비해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필사적인 시도”고 비판했다.
또, 알 샤리프가 자신이 사망할 경우를 대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할 메시지를 남겼다면서 “나는 사실을 왜곡이나 허위 진술 없이 있는 그대로 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침묵한 사람들은 신이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는 글을 대신 전했다.
언론인 단체는 이전부터 알 샤리프의 사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달에는 국제사회가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결국 IDF 공습으로 숨졌다.
국제 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2023년 10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시작한 이래 186명의 언론인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CPJ는 이스라엘군이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언론인을 '하마스 테러리스트'로 규정해 공격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담당자인 사라 쿠다는 “기자는 민간인이며, 결코 표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한편, 알자지라는 가장 전쟁이 시작된 이후 주요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이스라엘의 눈엣가시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알자지라의 보도가 편파적이라면서 지난해 4월 의회를 통해 안보에 해를 끼치는 외국 언론사의 취재·보도를 정부가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알자지라법'을 제정했다. 또한 같은 해 9월에는 이를 근거로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알자지라 지국을 급습해 폐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