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친한(친 한동훈)계가 사실상 패배하면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전 대표가 계파 내부 정리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오는 26일 국회도서관에서 당대표 선출을 위한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결선에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 등이 올랐다. 두 명은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반탄파'로 분류된다.
최고위원을 포함한 지도부 구성에서도 반탄파가 사실상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지난 22일 전당대회 결과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 후보가 최고위원으로, 우재준 후보가 청년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이를 고려하면 반탄과 찬탄(탄핵 찬성) 구도는 3대 2가 됐다. 여기에 반탄파 당대표, 당대표가 지목하는 지명직 최고위원 등을 고려하면 친한계는 사실상 전멸 상태다.
이에 따라 한때 유력 대선주자이자 한때 당권을 잡았던 한동훈 전 대표의 당내 입지도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에서는 한 전 대표가 계파 내부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소수파인 친한계 내부의 정치적 팀플레이조차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섰던 후보군 중 일부는 한 전 대표와의 우선적인 상의 없이 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친한계에서는 무조건 최소한 한 명은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는 여성 최고위원 후보조차도 내지 못했다. 한지아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이들은 최종적으로 불출마를 결정했다. 친한계 의원들의 계파를 위한 희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당내 구조도 불리하다. 당내 친한계는 소수로 알려져 있다. 그마저도 당내 의사결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비례대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결국 찬탄파인 안철수·조경태 의원 등은 한 대표가 단일화를 요청했음에도 합의에 실패한 뒤 모두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청년최고위원에 당선된 우 의원조차도 사실상 일대일 대결로 펼쳐진 청년최고위원 경선에서 원외인 손수조 후보에 0.68%P라는 근소한 차이의 승리를 거두는 데 그쳤다. 당내 선거에서는 현역 국회의원이 원외 인사보다 유리한 점을 고려하면 우 의원의 승리는 신승에 가깝다는 평가다.
한 전 대표는 당대표 결선 투표를 앞두고 '단일대오'를 언급했던 김문수 후보를 사실상 지지하는 듯한 취지의 글로 투표 독려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결선 투표에서 친한계 등 중도 성향 지지자들이 김 후보를 향한 지원사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친한계 등의 지원으로 김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된다고 해도 한 전 대표의 차기 정치적 행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계파 내부 정비 등 기초 단계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 전 대표는 23일 자신의 SNS에 “민주주의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다. 당대표 결선 투표에 적극 투표해서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